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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묵혀둔 '부장검사 위증' 사건, 결국 공수처장의 발목 잡나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심장부를 정조준하면서 두 수사기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오는 31일, 오동운 공수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 처장이 받는 혐의의 핵심은 직무유기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했을 경우, 처장은 이를 즉시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하지만, 오 처장이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뭉개고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한 기관의 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사법계에 거대한 파장이 일고 있다.이번 소환의 발단이 된 사건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특정 시점까지 전혀 몰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에 오기 전, 해당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는 송 전 부장검사가 사건의 내용을 몰랐을 리 없다며 그를 위증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결국 한 검사의 국회에서의 증언이, 1년이 지난 지금 공수처장의 소환 조사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온 셈이다.특검팀은 공수처가 이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실상 수사를 방치했다고 보고 있다. 사건을 배당받은 공수처 수사3부는 오히려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으며, 해당 사건을 대검에 통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던 사건은 지난 6월 특검이 출범하면서 공수처로부터 관련 기록을 넘겨받은 뒤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재개될 수 있었다. 특검팀은 이러한 수사 지연 과정에 오 처장뿐만 아니라 이재승 차장검사,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 등 지휘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이들을 모두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특검의 전방위적 압박에 공수처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공수처는 오 처장의 소환 조사 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백기 공수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자 출석 일자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하며 특검의 수사 방식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의혹이 제기된 해당 행위의 시점과 어떤 당사자들이 관련 있는지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봐달라"고 덧붙여, 이번 수사 지연 의혹의 책임 소재가 현재의 지휘부와는 다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특검의 거침없는 수사와 공수처의 반발이 맞부딪히면서, 진실 규명을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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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카페, '중국인 출입 금지' 선언…K-인종차별 논란 전 세계 확산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가 인스타그램에 "We're sorry we do not accept Chinese guests(죄송합니다.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게시하며 촉발된 인종차별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영업 방침을 넘어, 한국 사회 내부에 잠재된 혐오 정서와 차별의 문제를 공론화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19만 팔로워를 거느린 재한 중국인 인플루언서 헨리의 비판 영상이었다. 그는 "2025년에도 여전히 인종차별이 있다"며 해당 카페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한국 커피숍이 중국인을 공개적으로 차별하냐"는 메시지와 함께 "거짓말 같은 사과는 필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영상 아래에는 "과거 차별받던 한국인이 이제는 타인을 차별한다"는 등의 날카로운 비판이 쇄도했다.논란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번졌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도 이 소식이 공유되며 대다수의 해외 이용자들은 "글로벌 관광 망신", "이런 행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즉각 제재 대상"이라며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중국인 손님들로 인해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옹호론도 일부 있었으나, 전반적인 여론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문제의 카페 사장은 C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영업 방침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중국인 손님들이 오면 카페 분위기가 달라져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점과 "중국인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노차이나 존' 도입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또한, 주변 상권의 동조 여부에 대해서는 "이쪽 상권은 중국인 손님이 빠지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우리 가게가 처음일 것"이라면서도, "우리 가게는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하지 않아 괜찮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아직 시행 일주일도 안 됐지만, 이런 사회적 감정이 줄어들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혐오 정서가 온라인을 통해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X(옛 트위터)에는 'No Chinese Zone 행동지침'이라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이 지침은 중국인이 있는 가게를 피하고, '노 차이니즈 존'을 실천하는 가게를 온라인에 공유하며 지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온라인상의 혐오가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가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잠재되어 있던 혐중 정서가 정치적 목적과 결부되어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고, 정치권의 묵인과 동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별 가게의 출입 제한을 용인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차별을 허용하는 위험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는 사회적 차별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노키즈존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면서 저연령층에서 고연령층, 나아가 국적과 인종에 이르기까지 차별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논란이 "한국 사회 전반의 차별과 혐오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 경고"라며, 커지는 혐오의 흐름에 대한 적극적인 정치·사회적 개입과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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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온다더니…" APEC 첨성대 공연은 결국 '가짜뉴스' 해프닝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가수 지드래곤의 특별 공연 소문은 결국 사실이 아닌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지드래곤이 APEC 기간에 맞춰 경주 첨성대에서 특별 공연을 펼친다'거나 '황성공원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연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하며 팬들과 시민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26일, APEC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경북 경주시는 이러한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부 게시물에서는 심지어 '사전등록'이나 '신청 접수'를 안내하는 등 구체적인 형태까지 띠며 신빙성을 더하려 했으나, 이 역시 모두 사실무근임이 확인되었다.이러한 허위 정보가 그럴듯하게 퍼져나간 데에는 지드래곤이 가진 상징성과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드래곤은 이미 지난 7월,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홍보대사로 공식 위촉된 바 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그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자연스럽게 APEC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 특히 그의 공연에 대한 대중의 기대 심리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경주시는 홍보대사 활동과 실제 공연은 별개의 사안이며, APEC 홍보대사라는 명목으로 지드래곤이 참여하는 어떠한 공연도 계획된 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결국 홍보대사 위촉이라는 공식적인 사실에 누군가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가짜뉴스가 온라인상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셈이다.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주시는 허위 정보로 인한 시민들의 혼란을 막고 추가적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우선 시청의 모든 부서는 물론,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해당 내용이 거짓임을 알리는 공문을 즉시 공유했다. 나아가 지역의 이장단과 각종 사회단체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허위 게시물의 위험성을 알리고,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차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이는 APEC이라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나 행정력 낭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단호한 조치로 풀이된다.이번 지드래곤 공연 해프닝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최 측이 '안전'과 '질서'를 얼마나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주시는 당초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논의했던 대규모 불꽃쇼 행사 역시 최종적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호상의 문제와 시민 안전사고, 그리고 극심한 혼잡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세계적인 스타의 공연 루머에 대한 신속한 부인과 대규모 행사의 자진 취소는,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성공적이고 안전한 회의 진행 그 자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정부와 경주시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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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 인파에 깔려 죽을 뻔"… 김천 김밥축제, '준비 부족' 민낯지난 주말 경북 김천시가 야심 차게 준비한 김밥축제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며 연일 '김밥 품절' 사태와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사명대사공원과 직지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린 이번 축제는 이틀간 약 15만~18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며, 성공적인 축제 이면에 준비 부족이라는 뼈아픈 과제를 남겼다.축제 이틀째인 26일, 수많은 방문객이 몰려들면서 오후 1시를 넘어서자 일부 김밥 부스에서는 재료가 소진되어 김밥이 동나는 현상이 속출했다. 이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생한 '김밥 품절' 사태로, 축제를 찾은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김천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규모 인파가 몰리자 '김밥축제 인파 및 교통혼잡 예상'이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세 차례 발송하며 일반 차량의 행사장 진입을 통제하는 등 비상에 나섰다. 방문객들은 김천 스포츠타운, 녹색 미래과학관, KTX 김천(구미)역 등 5개 거점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이어졌다.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밥 한 줄 먹으려다 저승 갈 뻔했다", "교통 대란에 갇혔다", "셔틀버스 줄이 끝이 안 보인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김천시 관계자는 "일반 차량으로 오면 주차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 셔틀버스 이용을 권장했다"고 해명했지만, 셔틀버스 승차를 위한 대기 시간 또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길어 방문객들의 불편은 가중되었다.지난해 예상치 못한 인파로 인해 혼란을 겪었던 김천시는 올해 김밥 물량을 10만 명분 이상으로 늘리고, 김밥 공급업체도 8곳에서 32곳으로 4배 확대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셔틀버스 또한 5배 증차하고, 각 부스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실시간 김밥 수량을 확인하고 대형 전광판으로 품절 정보를 안내하는 등 혼선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천시는 축제장 음수대를 잠그고 방문객들에게 500mL 생수를 한 병씩 나눠주는 등 위생 문제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당초 축제 기간 이틀 동안 10만여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던 김천시는 전날 8만~9만 명에 이어 이날도 비슷한 인파가 몰리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인파를 감안해 준비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방문객으로 또다시 혼잡을 빚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이번 김천 김밥축제는 지역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급증하는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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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도 포기했던 '고양 K-컬처밸리', 8년 표류 끝에 새 주인 찾았다오랫동안 표류하던 경기도 고양시의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마침내 정상화의 궤도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경기도는 해당 사업의 민간공모 우선협상대상자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기획 및 운영사인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되었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라이브네이션은 공연업계의 빌보드 차트로 통하는 ‘폴스타’에서 2024년 기준 전 세계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한 거대 기업으로, 국내에도 라이브네이션 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글로벌 1위 기업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멈춰 섰던 K-컬처밸리가 K-팝의 새로운 성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사실 K-컬처밸리 사업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기도는 2016년 5월 CJ라이브시티와 기본협약을 체결하며 야심 차게 첫발을 뗐지만,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경기도는 CJ 측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 지난해 6월 계약을 해제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사업의 핵심 시설인 K-팝 전문 공연장 ‘아레나’는 2021년 착공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건설 경기 악화라는 암초를 만나 2023년 4월, 공정률이 고작 17%에 그친 상태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경기도는 경기도시주택공사와 함께 직접 사업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올해 4월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민간공모를 추진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이번 사업 재개의 중심에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30만여㎡ 부지에 조성될 거대한 복합문화단지의 청사진이 있다. 단지 내에는 아레나를 비롯해 각종 스튜디오, 테마파크, 그리고 상업·숙박·관광시설이 총망라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시설은 단연 15만 8천㎡ 부지에 들어설 아레나다. 실내외를 합쳐 총 4만 2천 석 규모로 계획된 이 초대형 공연장은 오직 K-팝을 위한 전문 공간으로 설계되어, 완공 시 국내외 팬들을 끌어모으는 핵심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라이브네이션의 합류는 단순한 사업 재개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 노하우가 접목된 월드클래스 공연장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경기도는 이달 말부터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과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 내년 2월까지 사업 협약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내년 5월 공사 재개를 목표로, 최고의 기술과 사계절 내내 운영 가능한 무대, 최대 5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 조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히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CJ와의 결별 이후 약 1년 반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은 K-컬처밸리가 과거의 상처를 딛고,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류의 심장으로 다시 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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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여고생 노린 30대, 합의로 풀려났다? 법원 판결에 '분노'부산 주택가에서 대낮에 여고생을 뒤쫓아 납치를 시도하고 상해를 입힌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잔혹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의 합의와 피고인의 이사 등 여러 정황이 참작되어 실형을 피하게 된 이번 판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추행약취미수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30대)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그리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특히 보호관찰 기간 동안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연락을 취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특별 준수사항도 부과했다.사건은 지난 7월 1일 오후 4시 5분경 부산 사하구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A씨는 하교 중이던 여고생 B양(당시 교복 착용)의 뒤를 쫓아가 양팔을 붙잡고 인근 골목길로 강제로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양은 극심한 공포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다행히 A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도망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B양은 허리 등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는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범행 직후 도주했던 A씨는 사건 발생 5일 만에 경찰에 자진 출석하여 체포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교복을 입은 B양을 보고 성적 충동을 느껴 추행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재판 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을 미리 계획하거나 준비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여자친구가 어린 남자와 데이트한 사실을 알고 기분이 상해 있던 중 B양을 보고 여자친구에 대한 반발심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하며 우발적인 범행이었음을 강조했다.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범행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복을 입은 피해자를 보고 성적 충동이 들어 몸을 만지고자 했다"며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한편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과 그 가족이 피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거주지를 이사한 점 ▲성범죄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결은 유사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합의를 통한 감형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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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빌보드 신화, 이젠 고양에서"… K-컬처밸리, 글로벌 콘텐츠 허브로 재탄생경기 고양시에 K-컬처의 새로운 성지가 될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드디어 멈춰 섰던 걸음을 다시 내딛는다. 경기도는 23일, 세계 최대 공연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멈춰있던 사업의 재개를 공식화했다. 이번 결정은 K-팝을 중심으로 한 K-컬처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내에 변변한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는 아쉬움 속에서 나온 단비 같은 소식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에도 세계적 수준의 K-팝 공연장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K-컬처의 새로운 성지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사업 재개를 통해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K-컬처 아레나가 조성될 예정이며, 이는 국내 K-팝 팬들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을 경기도로 불러 모으는 강력한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실 K-컬처밸리 사업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애초 CJ라이브시티가 시행사로 참여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착공 지연과 인허가 문제 등 여러 암초에 부딪히며 사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었다. 결국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지난해 7월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을 해지했고, 이 과정에서 3000억 원대에 달하는 지체상금 분쟁까지 발생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사업 부지 내 폐기물 처리 문제와 전력 공급 지연 등 복합적인 난제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실제 공정률은 고작 3%대에 머무는 등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경기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민간공모를 다시 진행했고, 4개 기업이 참가 의향을 밝히는 등 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치열한 경쟁 끝에 K-컬처밸리의 새로운 파트너로 낙점된 라이브네이션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연 기획 및 운영사다. ‘폴스타’가 발표한 2024년 티켓 판매 실적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며, 이미 국내에서도 고양종합운동장 등 주요 공연장에서 대형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그 흥행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라이브네이션과의 협력은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과 성공적인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경기도와 GH는 이달 말부터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과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해 내년 2월까지 사업 협약을 마무리 짓고, 이후 설계 및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5월에는 공사를 재개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멈춰 섰던 K-컬처밸리 사업이 세계적인 기업과 손을 잡고 다시 한번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동력을 얻은 만큼, 이번에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연 지사가 언급했듯,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K-콘텐츠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지금, K-컬처밸리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K-컬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도의 품에 안길 세계적 수준의 K-팝 아레나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지,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게 될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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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헬기까지 총동원…'산불과의 전쟁' 선포, 공주에서 무슨 일이?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산불진화 통합훈련' 현장을 찾아, 갈수록 대형화되고 빨라지는 산불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총력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김 총리는 산불 진화 작업으로 검게 그을린 헬기 동체를 직접 확인한 뒤 "산림청 진화 대원들이 얼마나 험한 현장에서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썼는지 절감했다"며 현장 관계자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어 "정부는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정부의 확고한 실천 약속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훈련은 산림청, 소방 등 유관기관 인력 250여 명이 참여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특히 김 총리는 기존의 산불 대응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올봄 산불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양상이 '초고속', '초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는 한두 부처나 지자체가 이전의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산불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사실상 기존 대응 체계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산불 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김 총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이야말로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부터 군 헬기 조기 투입 등 즉각적인 범부처 산불 진화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이유"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대응 체계 구축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 사항임을 강조했다.이러한 정부의 새로운 대응 기조는 이날 30분간 진행된 통합 훈련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김 총리는 훈련에 앞서 산불진화차량, 기상관측차, 드론 등 첨단 장비들의 운용 현황을 꼼꼼히 점검하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화 시스템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어 시작된 훈련에서는 헬기에서 진화 대원들이 로프를 타고 하강(레펠)해 지상으로 신속하게 투입되는 초기 대응 장면이 연출됐다. 곧이어 소방헬기가 상공에서 정확하게 물을 투하하며 입체적인 진화 작전을 펼쳤고, 동시에 지상에서는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일사불란한 통합 대응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 메시지를 전하며 범정부적 총력 대응 의지를 재차 확인시켰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 직후 '군 헬기의 물 투하 등에 훈련이 필요하다'며 이번 훈련을 잘 챙겨봐 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산불 대응에 군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라는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철저한 산불 예방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초동 대응 ▲철저한 주민 대피체계 준비 ▲실전과 같은 훈련의 반복 등 4가지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산불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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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캄보디아 사원… 한국인 5명의 시신, 단순 병사 아닐 수도캄보디아의 한 사원에서 한국인 시신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현지 교민 사회가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최근 범죄 단지에 연루되어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대학생의 시신이 화장된 프놈펜의 턱틀라 사원에서, 한국인 남성 시신 4구가 추가로 안치되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써 해당 사원에만 총 5구의 한국인 시신이 머물렀던 셈이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겹치면서, 이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사원에 안치된 4명의 한국인이 50대 중반 1명과 60대 초중반 3명이며, 모두 질병으로 사망한 '병사'로 파악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 이들의 죽음이 범죄와 연관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주캄보디아대사관을 통해 국내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사태의 확산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흉흉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공식 발표만으로는 의구심을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이다.하지만 현지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이들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안치된 한국인 중 3명의 공식 사인이 '심장마비'로 기록된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현지에서는 범죄 단체들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주고 시신의 사인을 '심장마비'와 같은 일반 병사로 조작하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문은 범죄의 표적이 되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대학생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나머지 4명의 죽음 또한 단순한 병사가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 힘을 싣고 있다.설상가상으로 이들의 죽음이 마약과 연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지에서 병으로 사망, 특히 심장마비로 사망한 외국인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마약 남용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죽음은 공식적으로는 '병사'로 처리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범죄 조직의 잔혹한 살인 은폐 시도이거나 혹은 마약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한 사원에 뒤얽힌 한국인 5명의 죽음, 그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캄보디아 내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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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무법 킥보드' 참변…무면허 중학생에 30대 여성 중태어린 딸을 구하기 위해 질주하는 전동킥보드에 몸을 던진 30대 여성이 사경을 헤매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자는 원동기 면허도 없이 2명이 함께 킥보드를 몰던 중학생들이었다.지난 18일 오후, 인천 송도동의 한 인도에서 비극이 일어났다. 편의점에서 어린 딸에게 줄 솜사탕을 사서 나오던 30대 여성 B씨는 빠른 속도로 딸에게 돌진하는 전동킥보드를 발견했다. 위험을 직감한 B씨는 순간적으로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킥보드를 막아섰고, 그 충격으로 뒤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사고 직후 B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인 중학생 A양 등 2명은 여러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소지자만 운전할 수 있지만 A양은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였다. 또한 '1인 탑승' 원칙을 어기고 2명이 함께 올라타는 등 안전 수칙을 무시한 채 인도를 질주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A양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및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무분별한 청소년들의 전동킥보드 사용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