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커피값 줄줄이 인상하는데... '역주행' 편의점 커피의 비밀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편의점들이 자체브랜드(PB) 커피 가격을 오히려 인하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메뉴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편의점들의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 뒤에는 대형 제조사와의 사전계약을 통한 물량 확보와 함께 불황 속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올해 2월 아라비카 커피의 평균 가격은 톤당 8979.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16%나 폭등했다. 이는 가뭄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원두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편의점 체인들은 오히려 커피 가격을 내리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GS25는 3월 한 달간 '카페25 핫 아메리카노'를 기존 1300원에서 300원 인하한 1000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카페25는 전자동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타 편의점들이 파우치 커피를 중심으로 가성비 마케팅을 펼치자 GS25는 이에 대응해 머신 커피의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다.CU 역시 자체 파우치 음료 브랜드인 '델라페' 커피 메뉴 5종의 가격을 100~200원 인하했다. 가격 인하 대상 제품은 블랙아메리카노, 제로 스윗 아메리카노, 제로 헤이즐넛, 바닐라라떼, 캐러멜라떼 등이며, 콜드브루와 디카페인 등 7종은 2000원 안팎의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세븐일레븐은 더욱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도입했다. 비록 용량은 타사 PB보다 작지만, 1000원 미만의 초저가 커피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출시된 파우치 음료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230㎖)은 단돈 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24도 PB 파우치음료 '아임이 아메리카노'(340㎖)를 1100원에 판매 중이며, 3월 17일에는 500㎖ 용량의 파우치 커피 '1000블랙커피'도 출시할 예정이다.이처럼 편의점들이 원두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파우치 커피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그 핵심 요인으로 '동일 제조사'와 '사전계약' 전략을 꼽는다.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 보기에 각 편의점 브랜드의 PB 커피 제품들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제조사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 PB 파우치 음료의 주요 제조사는 쟈뎅, 동서웰빙, 바이오포트코리아 등으로, 이들 업체는 여러 편의점 체인의 PB 상품을 동시에 제조하고 있다.실제로 CU의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GS25의 '유어스 카멜 아메리카노 블랙'의 제조사는 모두 쟈뎅이다. 또한 CU의 '델라페 블랙아메리카노'와 이마트24의 '아임이 아메리카노 블랙'은 바이오포트코리아에서 제조된다. 이는 각 편의점이 자체 브랜드로 커피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원재료와 제조 공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협의를 통해 납품가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또 다른 핵심 요인은 '사전 계약' 전략이다. 편의점들은 PB 제품을 위한 원재료 물량을 사전에 대량으로 계약함으로써 원재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계약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의 등락에 곧바로 영향을 받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며 "PB 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에 비해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또한 편의점 파우치 커피는 대량생산 체제와 차별화된 원두 블렌딩 방식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파우치 커피의 경우 대량생산을 하고, 원두 블렌딩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파우치 커피의 최대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편의점들은 파우치 커피를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파우치 커피는 얼음컵에 부어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트렌드에 힘입어 추운 겨울에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CU에 따르면 '델라페'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은 무려 1억 5000만개에 달하며, 전체 카테고리에서도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CU의 아이스드링크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1.8%, 2023년 10.3%, 2024년 12.4%를 각각 기록했으며,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얼음컵 매출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가성비 음료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이미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편의점들의 가격 인하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5.71로 전년 대비 2.2% 상승했으며, 음식·비주류음료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2.4% 상승했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커피 제조사들도 결국에는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두는 유통채널과 연간 계약을 하는데, 현재 커피 제조사 입장에선 원두 가격 상승과 인건비, 자재비 등이 오르면서 커피 가격을 내릴 명분이 없다"라며 "결국 추후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현재는 고객 유인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현재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일 가능성이 높으며, 원두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편의점 커피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70년 독점 깨고 대체거래소 개장, '12시간 거래 시대 열다'
한국 증시의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4일 개장하면서 70년 가까이 지속된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가 종료되고, 복수 주식 거래시장 시대가 열렸다. 이날 개장식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오전 9시에 열렸고,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시장 운영이 시작됐다. 개장식에는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 200여 명의 자본시장 관계자가 참석했다.넥스트레이드의 개장식에서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넥스트레이드가 우리 자본시장의 요청에 맞춰 기민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거래시스템 안착을 통해 자본시장의 효율성 및 거래 편의성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번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축하하며, “시장 접근성 향상과 유동성 개선 등 밸류업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건전한 경쟁과 철저한 관리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해외에서는 복수 거래소가 이미 일반화됐고, 이번 출범은 선진 자본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경쟁과 활력을 통해 자본시장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번 출범으로 건전한 경쟁이 촉진될 것이며,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원활한 자금 조달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은 단순히 새로운 거래소의 탄생에 그치지 않는다. 거래 시간의 확장도 큰 변화다. 기존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6시간 30분에 불과했지만, 넥스트레이드와 함께 거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확대됐다.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도입함으로써, 투자자들은 글로벌 이슈가 발생한 오후 3시 30분 이후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며, 두 거래소 간의 경쟁을 통해 투자자들의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레이드는 개장 초기에는 거래 종목을 제한할 예정이다. 첫 2주 동안 거래 가능한 종목은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S-Oil 등 코스피 종목 5개와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YG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코스닥 종목 5개로 한정된다. 17일부터는 거래 종목이 110개로 확대되며, 24일부터는 350개, 31일부터는 800개로 점차적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이는 초기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며, 넥스트레이드는 개장 후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거래 환경을 안정시킬 예정이다.이번 넥스트레이드 출범은 한국 자본시장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60여 년 동안 한국거래소가 독점해온 시장에 복수 거래소가 도입되면서, 자본시장의 경쟁구도가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대체거래소 설립이 “60~70년간의 거래소 독점 체제를 깨고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체거래소가 증권 시장의 활성화와 투자자, 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상생하는 시장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은 단기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주식 거래 시간 확대와 더불어,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 형성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더 나은 거래 기회를 얻게 되고, 기업들도 보다 원활한 자금 조달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KRX)의 경쟁은 두 거래소가 시장 감시와 투자자 보호에 더욱 철저히 신경을 쓰도록 만들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가 더욱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환경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 '거위 아니고 오리입니다'… 신세계그룹 '프리미엄 사기' 논란 폭발
신세계그룹이 연이은 제품 품질 논란으로 위기에 빠졌다. 명품 브랜드 가품 판매에 이어 프리미엄 다운 제품의 충전재 속임수까지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협력사 문제를 넘어 대기업의 품질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지난 2월 24일,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에서 판매한 다운 점퍼 13종의 충전재에 고급 소재인 구스다운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다운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스다운은 거위의 솜털로, 덕다운보다 보온성과 복원력이 뛰어나 프리미엄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고급 소재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고가의 가격을 지불하고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한 셈이다.신세계톰보이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협력사의 부정행위를 지목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다운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중 한 곳에서 다운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 업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품질 속임수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논란이 확산되자 신세계톰보이는 홈페이지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품목 13종에 대한 자발적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유통 중인 상품을 회수하는 등 빠른 조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의 신뢰는 크게 훼손된 상태다.더욱 충격적인 것은 신세계그룹에서 제품 품질 논란이 번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에서 판매 중이던 '스투시(Stüssy)' 의류가 가품이라는 논란이 한 유튜버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정가 17만 9천원 상당의 제품이 9만 9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은 유튜버가 정품 여부 판단을 위해 리셀 전문 플랫폼인 '크림'과 '한국명품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두 곳 모두 해당 상품을 가품으로 판정했다.이에 신세계그룹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즉시 중단하고 환불 조치를 진행했지만, 연이은 품질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매장 내외 행사 공간에 협력사가 입점해 판매한 것"이라며 책임을 협력사에 돌렸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협력사 판매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와 검수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단순히 협력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상품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신세계 측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체적인 상품 검수 체계가 소홀했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력사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품질 관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소비자학 전문가인 이은희 인하대학교 교수는 "회사 차원에서 상품 검수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품질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특히 신세계그룹은 국내 최고 유통기업 중 하나로,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더욱 크다. 소비자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대기업이라고 믿고 샀는데 이런 식으로 속이면 어디를 믿을 수 있겠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세계그룹이 단순한 사과와 환불 조치를 넘어, 전사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한 번 잃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폭등이 남긴 후폭풍..하반기 물가 더 오른다
지난해 말 급등했던 환율이 올해 물가 안정에 예상보다 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환율 변동이 개별 품목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환율이 급등기를 거친 후 안정되더라도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의 여파가 남아 있어 한국은행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전망치(1.9%)보다 실제 물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5%포인트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환율 10% 상승 시 물가 0.2~0.3%포인트 상승'보다 더 큰 영향이다. 특히 환율이 급등한 이후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이미 상승한 환율이 근원 품목을 중심으로 장기간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올해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의 여진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이 분석에서 강조됐다.한국은행 조사국의 조강철 물가동향팀 차장은 환율 변동이 단기와 장기에 걸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가 0.28%포인트 오르고, 장기적으로 0.19%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연평균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5%포인트 오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 효과는 단기와 장기의 비율이 6대 4 정도로 나타났으며, 환율 변동 후 9개월 시점에서 전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됐다.특히 최근과 같이 환율이 급등한 후 3개월 이상 유지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1%포인트 증가했고, 장기적으로는 1.30%포인트까지 상승해 장기 효과의 증가 폭이 더 컸다. 이는 기업들이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을 미루다가 결국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 차장은 "환율이 일정 기간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동참하면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도 지난해 환율 급등의 영향이 남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시사된다. 품목별로 환율 변동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환율이 상승한 후 3개월 이내에 가격이 빠르게 반응하는 단기 민감 품목은 45개로 나타났으며, 이후 9개월간 누적 효과가 지속적으로 반영되는 장기 민감 품목은 73개였다. 단기 민감 품목 45개 중 비근원 품목이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휘발유·경유·등유 등 에너지가 6개, 수입 쇠고기·오렌지·바나나 등 식료품이 16개 포함됐다. 반면 장기 민감 품목은 근원 품목이 55개로 비중이 높았으며, 외식(쇠고기·칼국수·치킨 등 19개), 국내 항공료·목욕료·승용차 임차료 등 개인 서비스(17개)와 같이 가격 지속성이 높은 서비스 품목이 많았다.한은은 환율 민감 품목이 비민감 품목보다 생산 과정에서 수입 중간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민감 품목의 경우 중간 투입액 중 수입액 비중이 37.4%로, 비민감 품목(14.2%)보다 훨씬 높았다. 장기 민감 품목(16.3%)도 비민감 품목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차장은 "환율이 변동할 때 가격이 크게 반응하는 품목일수록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환율 단기·장기 민감 품목 가격을 각각 가중 합산한 '환율 단기 민감 물가'와 '환율 장기 민감 물가'의 변동성을 비교한 결과, 단기 민감 물가는 환율 급등기에 빠르게 오르고 내리는 변동성이 컸지만, 장기 민감 물가는 같은 기간 동안 변동 폭은 작지만 환율의 영향을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민감 품목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업종 등에서 점진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이번 연구 결과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지난해 말 환율 급등이 단순히 일시적인 충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전망치보다 실제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정책 당국은 이를 고려한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브랜드들의 '로고 다이어트' 열풍
국내 유통업계의 중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브랜드 로고와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변경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닌 해외 시장 공략과 디지털 환경 적응이라는 두 가지 핵심 전략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국제적 감각에 맞춘 브랜드 변화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27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가 8년 만에 브랜드 정체성(BI)을 과감하게 교체했다. 프랑스어 'TOUS les JOURS'의 약자인 'TLJ'를 새로운 펫네임(별칭)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간판과 쇼핑백 등 다양한 고객 접점에 적용했다. 이는 마치 브랜드명 자체가 바뀐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다.뚜레쥬르의 이러한 과감한 변화는 영어권 국가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더 직관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매일'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뚜레쥬르는 건강한 데일리 베이커리라는 브랜드 철학을 담고 있지만, 불어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소비자들에게는 발음과 의미 모두 어렵게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이에 회사 측은 짧고 기억하기 쉬운 펫네임을 도입하는 동시에, 크고 선명한 서체를 적용해 젊고 활기찬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뚜레쥬르는 현재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총 9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해외 사업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해외법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를 차지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36%에 달했다. 특히 2004년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는 2018년 흑자 전환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뚜레쥬르는 2030년까지 미국 내 1000호점 달성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올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그러나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새 로고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신선하고 세련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의류 브랜드 같다', '가격을 올리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반응이 공존한다. 특히 뚜레쥬르가 다음 달부터 빵과 케이크 110종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로고 변경과 가격 인상을 연관 짓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뚜레쥬르와 같은 CJ그룹 계열사인 올리브영도 최근 글로벌 사업 확장 기조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을 개편했다. 기존에는 'OLIVE'와 'YOUNG' 문자 사이에 올리브 심볼이 들어가 있었으나, 이를 과감히 제거하고 'OLIVE YOUNG' 로고만 남겼다. 회사 측은 글로벌과 옴니채널 전략을 반영해 가시성과 영문 가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이러한 변화는 해외에서 온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기조와 함께, 국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기존 로고는 올리브와 영 사이에 있는 동그란 올리브 심볼이 알파벳 'O'로 오인되어 '올리브오영'으로 잘못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개선 포인트였다.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인 카스도 최근 로고 변화에 동참했다. 로고 하단의 'FRESH(프레시)' 서체를 기존 흘림체에서 더 간결하고 명확한 스타일로 변경했다. 높은 산과 계곡을 형상화한 기존 로고의 기본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더 세련되고 직관적인 느낌을 주도록 개편했다.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는 카스는 이미 몽골, 대만, 호주,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2020년 이후 연평균 14%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이러한 브랜드 로고 변경의 공통점은 이전보다 단순하고 간결해졌다는 점이다. 활자에 돌기가 있는 세리프체 대신, 획의 삐침이 없고 굵은 산세리프체(고딕체)를 적용해 브랜드를 더 명확하게 표현했다. 이는 소통과 소비가 주로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현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작은 화면에서도 식별하기 좋은 로고를 채택한 결과다.이러한 변화는 국내 브랜드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셀린,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디지털 세대와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로고를 산세리프체로 변경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설화수가 해외 진출을 앞두고 브랜드 로고를 더 간결하게 변경했다.'불닭' 브랜드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삼양식품은 기업 정체성(CI)을 삼양라운드스퀘어(Samyang Roundsquare)로 개편했으며, 오뚜기 역시 해외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회사명 영문 표기를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했다. 이는 발음의 혼란을 줄이고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리와 비슷한 정서를 지닌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기존 로고를 그대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미주 등 서구권으로 진출국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로고로 개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이러한 브랜드 리뉴얼이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주력 브랜드에 집중하고,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뚜레쥬르(1992년), 올리브영(1999년), 카스(1994년) 모두 출범 30년 안팎의 장수 브랜드이자,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만큼 브랜드의 신선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성도 크다.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모바일 시대로 전환하면서 시각적인 효과와 인지도 향상을 위해 브랜드 정체성이나 기업 정체성을 교체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브랜드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애플조차도 기존 사과 로고에 걸그룹 뉴진스의 토끼 로고를 적용한 것처럼, 하나의 로고를 고집하기보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로고를 변경하고 활용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 단통법 폐지, 알뜰폰의 '눈물겨운 사투' 현장
알뜰폰은 출시 이후 오랫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억울한 오해'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불필요한 편견에 시달려왔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만큼 대형 이동통신사보다 서비스 품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알뜰폰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작용해왔다.그러나 실상은 이러한 편견과 크게 다르다. 알뜰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대형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하여 요금제를 판매하는 구조다. 즉, 대형 통신사와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속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이는 알뜰폰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다행히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학회가 지난해 6월 학술지 '소비자학연구'에 게재한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알뜰폰은 경제적이다'라는 문항에 평균 4.07점(5점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또한 '이통사 요금제보다 저렴하다'는 항목도 평균 4.04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통사와 품질이 비슷하다'라는 항목이 3.48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알뜰폰이 그동안 품질 이슈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을 고려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구혜경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알뜰폰이 일반화되면서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해졌고, 이에 따라 알뜰폰에 대한 우려가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시장은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2024년 3월 기준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알뜰폰의 취약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통사의 보조금이 더 많은 경우, 통신사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알뜰폰 가입자 111명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8.0%가 '이통사로 이동한다'고 답했다. 반면 '알뜰폰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26.0%에 그쳤다.이 결과는 알뜰폰의 주요 경쟁력인 가성비가 사실상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치해왔기 때문에, 이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심각한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알뜰폰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주요 원인은 바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폐지다. 단통법은 2014년에 도입된 법률로, '일부 이용자만 과도한 지원금을 받는 불공정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단통법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휴대전화 유통점에서 새 기기를 구매하고 이통사 요금제에 가입할 때 이통사로부터 받는 '공시지원금'과 유통점으로부터 받는 '추가지원금'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이통사는 해당 휴대전화의 판매지원금 액수를 사전에 공시해야 하며, 유통점은 공시된 판매지원금의 최대 15%까지만 추가지원금으로 제공할 수 있다.단통법은 모든 소비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통3사의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부각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단통법 폐지안이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6월 27일에 공식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이러한 변화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단통법을 근거로 이통3사의 지원금을 제한해왔기 때문에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통법이 사라지면 알뜰폰은 '가성비 브랜드'라는 핵심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일각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통3사의 지원금이 증가하면 알뜰폰의 생존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상황은 매우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저렴한 가격대로 승부를 보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그 여파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미치게 된다. 경쟁 상대가 사라진 이통3사와 이들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즉, 알뜰폰 시장이 무너지는 순간, 이통3사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위기에 처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단순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다.이렇게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단통법 폐지 이후 재갈이 풀린 이통3사라는 거대 공룡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과연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 시장의 '가격 파수꾼'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안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심각한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는 단순히 알뜰폰 업계의 생존 문제를 넘어, 한국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 구조와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더 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다.
- 이창용 "1.8% 성장, 냉정하게 우리 실력…받아들여야 할 현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8%에 대해 "괜찮은 수준"이라며 "그게 우리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이날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3.0% -> 2.75%)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고 하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라며 현재의 성장률 수준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저성장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았다.이 총재는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데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저성장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어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등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총재는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제가 계속해서 드리는 메시지"라며 구조 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임기 내내 경제성장률은 통화정책만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며,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은 구조 개혁을 통해서만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최근 한은은 농산물 수입 개방, 외국인 노동자 유입, 입시 제도 변경 등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는 통화정책 당국 수장으로서 이례적인 행보로, 경제 체질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이 총재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보고서는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담고 있어, 사회 각계각층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이 총재의 발언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과 금리 인하와 같은 임시방편보다는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당장의 성장률 숫자보다 미래를 위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하지만 사회 각 부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구조 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다. 노동, 교육, 규제, 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이 필요하지만, 기득권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노동 시장 개혁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교육 개혁 역시 입시 제도 변화와 맞물려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이 총재의 '쓴소리'가 한국 경제의 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의 발언은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최대 6배 가격 차"…다이소 건기식에 약사들 '부글부글'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판매를 시작하면서 약사 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제약사들이 기존 약국 납품 제품과 유사한 성분의 건기식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다이소에 공급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 심화와 약국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 입점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약국·약사 전문 매체 '약사공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약사 커뮤니티에는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대웅제약 전문약 주문 1000만원어치 반품", "대웅제약 예치금 환불, 주문 중단", "남은 재고 소진 후 신규 주문 안 할 것", "대웅제약 보이콧 동참"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일부 약사들은 제약사들이 '약국 패싱'을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의 A 약사는 "제약사가 직접 건기식을 홍보하며 판매하는 것은 약국에 대한 도전"이라며 "약국과 상생해야 할 제약사가 뒤통수를 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B 약사는 "대웅더샵(대웅제약 온라인몰) 이용이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동조하는 것 같아 주문 채널을 바꾸겠다"며 "제약사가 약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다이소는 25일부터 루테인, 오메가3, 비타민, 콜라겐, 코엔자임Q10, 밀크씨슬, 마그네슘 등 다양한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모든 제품은 30일분 기준이며,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 따라 3000원~5000원에 판매된다.현재 다이소에는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일양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이 입점해 있다. 이들 제약사는 기존에 30일분 건기식을 평균 2~3만원대에 판매해왔으나, 다이소 입점 제품은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대웅제약은 밀크씨슬, 루테인, 멀티비타민 등 총 26종으로 가장 많은 제품을 출시했다. 종근당건강은 락토핏 골드(17포)와 루테인 지아잔틴 2종, 일양약품은 비타민C, 쏘팔메토, 콜라겐 등 9종을 판매한다.약사들은 제약사들이 다이소라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저가 건기식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대해, 기존 약국과의 상생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동일 성분 제품의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과 가격 저항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약국과 제약사 간의 갈등을 넘어, 건기식 유통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패딩 입어도 소용없었다" 1월 '난방비 쇼크'
1월 난방비 고지서가 속속 도착하면서, 이른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에서도 패딩을 입고 생활했는데 28만원이 나왔다", "지난 12월 요금보다 두 배 넘게 나와서 고지서가 잘못된 줄 알았다"는 등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온 난방비에 놀란 반응이 대부분이다.이처럼 난방비가 급등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해 7월 주택 난방 사용요금이 9.8% 인상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12월보다 1월이 더 추운 날씨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1월은 특히 더 추웠다.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 0.2도로 지난해 1월(0.9도)보다 1.1도나 낮았다. 눈이 내린 날도 9.7일로 역대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날씨가 이어졌다. 이러한 기상 조건은 난방기 가동 시간을 늘려 난방비 증가로 이어졌다.문제는 2월에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월 초부터 이어진 강추위는 난방 수요를 더욱 증가시켜, '2차 난방비 폭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1월 난방비 폭탄을 경험한 가구들은 2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서는 상황이다.시민들은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내 온도를 낮추고, 내복이나 패딩을 착용하며, 난방기 사용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난방비 절약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요금 인상과 한파의 영향으로 난방비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약 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 확대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책, 요금 인상 폭 조절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33개국 중 32위 추락한 '불행 지수'의 실체, 65세 이상 '빈곤 강요' 현장
대한민국의 삶의 질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OECD가 2004년부터 실시한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은 2020년 기준 33개국 중 32위를 기록했으며, 2024년 유엔 세계행복지수에서도 54위에 그쳤다. 이는 UAE, 대만, 일본, 브라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이러한 불행의 근원을 파헤치면 경제적 요인이 두드러진다.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월평균 임금이 감소했고, 근로시간은 오히려 증가해 2023년 월평균 157.6시간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상대적 빈곤율이 14.9%로 고착화되는 현상이다.표면적으로는 양호해 보이는 고용지표 역시 실상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2024년 62.7%를 기록한 전체 고용률의 상승세 뒤에는 두 가지 중대한 맹점이 숨어있다.첫째는 성별 고용률의 불균형이다. 여성 고용률이 2020년 50.7%에서 2024년 54.7%로 상승한 반면, 가계 소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남성 고용률은 2022년 71.5%에서 2024년 70.9%로 2년 연속 하락했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여성이 주소득자일 때 빈곤층(하위 20%)에 속할 확률이 27.0%로, 남성 주소득자 가구(13.0%)의 두 배를 넘는다.둘째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정상적인 고용률 상승이다. 2012년 30.1%에서 2023년 37.3%로 급증했지만, 이는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고령층의 월평균 임금은 연령대별로 큰 격차를 보이는데, 6569세는 103만원, 7074세는 37만원, 80세 이상은 23만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고령층 내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해, 65세 이상 여성 주소득자 가구의 44.0%가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반면, 남성은 36.0%를 기록했다.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한국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제적으로 낮은 행복지수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