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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의 배신…'안전자산' 믿음에 발등 찍힌 투자자들 '곡소리'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던 금값이 돌연 고꾸라지며 온스당 4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27일(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3.4%나 급락하며 온스당 3980달러까지 밀려났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온스당 4381달러라는 역사적 고점을 찍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과 과매수 경고가 누적된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론이 급부상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글로벌 리스크 완화 기대감이 커지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퇴색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단기적인 시장 전망은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금값이 오랫동안 미뤄왔던 조정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삭소뱅크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를 계기로 금 시장의 조정이 깊어질 수 있으며, 위험자산인 주식 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금값의 회복 시간 또한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합의 추진 의지와 미국 정부의 셧다운 종료 가능성 등을 근거로 하락세가 몇 주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3개월 뒤 금값 목표치로 현재보다 5%가량 낮은 온스당 3800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시장 일각에서는 온스당 3500달러 수준이 '건전한 가격'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단기 조정이 금의 장기적인 가치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SBC,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금값 전망치로 온스당 5000달러라는 장밋빛 예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금이 더 이상 일부 투자자들만 찾는 대체 자산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편입해야 하는 '주류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적으로 금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이를 뒷받침하며, 현재의 하락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일 뿐 새로운 상승장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분석이다.결국 현재 금 시장은 단기적인 조정 압력과 장기적인 구조적 상승 기대감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미중 무역협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단기 시세의 방향키를 쥐고 있지만, 연 50%가 넘는 기록적인 상승률이 말해주듯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시각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현재의 가격 하락이 본격적인 대세 하락의 신호탄일지, 아니면 더 큰 도약을 위한 건강한 조정일지를 두고 시장 참여자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의 위상 변화를 주목하며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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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다 모였다…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AI 황제' 젠슨 황 만나나대한민국 재계를 움직이는 거물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서막을 여는 'CEO 서밋 2025' 참석을 위해 천년고도 경주로 총집결했다. 28일부터 나흘간 '연결과 성장, 그 너머(Bridge, Business, Beyond)'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야말로 '역대급' 라인업이 성사됐다. 이는 단순한 연례 포럼 참석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총수들의 치열한 비즈니스 외교전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29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통해 한국 재계의 위상을 알리고,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만찬을 통해 한미 경제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서밋이 단순한 국내 기업인들의 잔치를 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주를 찾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을 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필두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아태지역 부사장,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의 쩡위췬 회장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글로벌 거물들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본 행사에 앞서 27일 막을 올린 '퓨처테크 포럼'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조선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한화그룹이 K-방산의 기술력을 뽐내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의 핵심 경영진들도 연단에 올라 각 사의 미래 전략과 기술력을 과시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모색할 예정이다.그중에서도 재계의 시선이 가장 뜨겁게 향하는 곳은 단연 글로벌 AI 열풍의 진원지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국내 반도체 투톱인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의 만남 성사 여부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세 사람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HBM 공급 논의를 넘어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과 기술 협력 등 더 큰 차원의 'AI 동맹'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만남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반도체만큼이나 뜨거운 또 다른 격전지는 바로 배터리 시장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과의 미묘한 합종연횡이 점쳐진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절실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협력이자 동시에 경쟁 관계에 있는 양사 간의 향후 관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K-배터리의 주축인 SK그룹과 LG그룹 총수들과의 만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적인 행사 외에도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경주 일대에서 별도의 만찬과 오찬을 주최하며 글로벌 핵심 인사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한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예고하고 있어, 경주의 밤은 비즈니스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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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85% 폭증하는 동안 금융사고 1972억 '펑'…임원 징계는 0건, 이게 나라냐?시중은행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정작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들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임원 성과급 총액은 142억 원으로, 전년도 91억 원 대비 무려 56.0%나 급증했다. 이를 임원 1인당 평균 수령액으로 환산하면 약 3억 1,521만 원에 달하는데, 이는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3억 원을 돌파한 기록이다. 하나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임원들에게 89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전년도 48억 원보다 85.4%나 껑충 뛴 액수를 기록했다. 은행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사고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주머니는 오히려 더욱 두둑해진 모순적인 현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문제는 임원들의 성과급이 치솟는 동안 금융사고의 규모와 빈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74건, 사고 금액은 1,972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인 62건과 사고 금액 1,368억 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각각 19.4%와 44.2%나 늘어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임원들은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4대 시중은행에서 금융사고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이처럼 실적에 따른 보상은 철저히 챙기면서도 사고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경영진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금융감독원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이 있는 임직원이 이미 받아 간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의 법제화를 다시금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법에도 임원 성과급의 40% 이상을 최소 3년간 나누어 지급하도록 하는 이연 지급 제도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가 내부 규정에 환수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명시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권 전체에서 환수된 성과급은 고작 9,000만 원으로, 지급된 전체 성과급 1조 원의 0.01%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클로백 제도 명문화를 검토했지만,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최종안에서 제외하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성과급을 장기 이연하고, 평가 이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환수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을 공식화했다. 금감원은 회사가 금융사고로 인한 손실을 먼저 배상한 뒤, 책임이 있는 임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 등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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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소고기 값 걱정할 때…'이것'만은 폭발했다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늦은 추석 명절이 3분기 가축 시장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랐다. 삼계탕 수요가 폭발하며 육계 사육은 크게 늘었지만, 더위에 지친 한·육우와 돼지는 사육 마릿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여름철 보양식 특수를 누린 닭을 제외한 대부분의 축종에서 사육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기후 변화와 소비 패턴이 축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드러냈다.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한·육우와 돼지였다. 3분기 기준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342만 2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에 해당하는 15만 8000마리가 줄었다. 이는 번식이 가능한 암소의 수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더해, 10월 초순으로 추석이 늦어지면서 명절 수요가 3분기 통계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돼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육 마릿수는 1103만 7000마리로 전년 대비 1.3%(14만 5000마리) 감소했는데, 특히 7~8월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늘면서 4개월 미만의 어린 돼지 수가 3.1%나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었다.반면 가금류 시장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띠었다. 산란계는 8108만 3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0.7% 소폭 증가했다. 이는 계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농가에서 노계 도축을 줄인 결과로, 안정적인 계란 공급을 위한 농가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육용계였다. 전체 사육 마릿수는 9425만 3000마리로 지난해보다 무려 9.9%(851만 6000마리)나 급증했다. 특히 여름 복날을 겨냥한 삼계탕 수요가 폭발하면서, 3분기 삼계 도축량은 직전 분기보다 47%나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여름 한 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엄청난 수의 닭이 공급되었음을 의미한다.이러한 통계는 대한민국 축산업이 마주한 현실을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구조적인 번식 기반 약화와 기후 변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소, 돼지 농가의 어려움이 수치로 확인된 반면, 특정 시기 폭발하는 소비 트렌드가 육계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오리 사육 마릿수가 새끼 입식 감소와 도축 증가로 소폭 줄어든 것을 포함해, 각 축종별로 엇갈린 성적표는 향후 국내 축산 시장의 안정적인 수급 관리와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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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5주기 추모식…그 뒤에 가려진 15조원 유산의 충격적 근황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5주기를 맞아 그의 유산이 한국 사회에 일으킨 거대한 선순환의 물결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10월 25일 5주기를 하루 앞둔 24일, 경기도 수원 가족 선영에서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과 전·현직 경영진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엄수됐다. 이재용 회장은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선대회장을 기리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가 진행됐지만, 그가 남긴 ‘KH 유산’이 지난 5년간 사회 곳곳에 미친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유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단행한 15조 원 규모의 전례 없는 기부는 단순한 부의 사회 환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건희 컬렉션’으로 명명된 문화예술품 기증은 그야말로 한국 문화계의 지형을 바꾼 사건이었다.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인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가 기관에 아낌없이 기증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증으로, 그동안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걸작들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기증 이후 전국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열린 순회전은 총 35회, 누적 관람객은 3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흥행에 힘입어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박물관 5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던 고인의 생전 신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 이건희 컬렉션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시카고 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 전시를 앞두고 있어, 한국 문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 남긴 족적도 뚜렷하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해 7000억 원, 소아암 및 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3000억 원 등 총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의료 공헌에 쾌척했다. 특히 2021년부터 10년간 이어지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사업은 이미 2만 2462명에 달하는 환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다. 진단, 치료, 연구 등 86개에 달하는 과제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러한 대규모 의료 기부는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의 기부는 유명인과 기업들의 기부 행렬을 이끌어내는 '나비효과'를 낳았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2023년 서울대어린이병원에 10억 원을 기부하고, 가수 이승기 역시 2022년 20억 원을 같은 곳에 쾌척하는 등 유명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어졌다. 또한 과거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통해 성장한 진단키트 기업 코젠바이오텍은 2022년부터 매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기부를 실천하며 '상생의 선순환'이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KH 유산’은 단순한 재산의 이전을 넘어, 우리 사회에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고 기부 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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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한가족 운동회" 발표되자…'쌍팔년도' 비아냥 봇물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이 11월 3일, 전 매장 문을 닫고 직원 운동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온라인이 뜨겁다. 연 매출 2천억 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이 하루 매출을 포기하고 직원 단합 행사를 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과거의 '단합대회' 문화가 주 52시간 근무제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다.성심당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이는 연례행사 '한가족 운동회'가 열리는 날로,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더 밝은 에너지로 돌아오겠다"며 전 매장 휴무를 공지했다. 이에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데 재밌겠다", "돌이켜보면 다 추억이다" 등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지금이 쌍팔년도냐", "저게 직원들한테도 휴일일까?", "차라리 행사비 N분의 1 해서 나눠주고 쉬게 해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가장 첨예한 쟁점은 이 운동회를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다. 고용노동부는 단순한 친목 도모 활동은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지만, "사용자의 지휘ㆍ감독하에 효과적인 업무 수행 등을 위해 진행되는 워크숍ㆍ세미나는 노동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성심당의 경우, 기존 근무일에 전 매장 휴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면서까지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근로시간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듀리 라라노무법인 노무사는 "회사가 하루 매출을 포기할 정도의 큰 행사라면 직원들은 대체로 근무의 연장선으로 인식해 필참하려 할 것"이라며, "만약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했거나 불참 시 불이익을 준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제가 없고 불이익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일당 공제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이처럼 회사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MZ세대 직장인들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주말 등산이나 단합대회가 이제는 '휴일수당' 청구로 이어지는 등, 개인의 시간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가 주말 등산 행사를 추진했다가 직원의 휴일수당 요구에 결국 행사를 취소한 사례도 있다.성심당의 '한가족 운동회'는 단순히 빵집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변화하는 시대의 조직문화와 근로관을 조명하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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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꼴찌’ 연금, 당신 잘못 아니다…1등 증권사 포트폴리오 열어보니신한투자증권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기준 18.59%라는 경이로운 IRP 수익률을 달성하며 전체 금융권 1위에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금융권 평균 수익률인 14.04%를 4.5%포인트 이상 크게 웃도는 수치로, 단순한 선두를 넘어 시장을 지배하는 수준의 성과임을 입증한다. 이러한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3년, 5년, 7년, 10년에 이르는 장기 수익률에서도 꾸준히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운용 능력을 보여주며 고객들의 연금 자산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이러한 독보적인 성과의 배경에는 고객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하는 파격적인 정책과 다각화된 자산관리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고객의 실질 수익률을 한 푼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IRP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여,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투자 성향에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등 기술적 혁신을 통한 운용 효율성 극대화에도 힘쓰고 있다.기술적 지원을 넘어, 신한투자증권은 '사람'을 통한 깊이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가치를 강조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0여 명으로 구성된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는 고객과의 1대 1 대면 상담을 통해 기계적인 분석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투자 성향, 생애주기, 세금 혜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프리미어 세미나'와 다양한 교육 콘텐츠는 고객 스스로가 연금 자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성공적인 은퇴 설계를 위한 진정한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신한투자증권의 철학을 보여준다.결론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고객의 연금 자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매월 발간되는 모델포트폴리오(MP) 자료를 통해 최신 시장 동향을 반영한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고, 연금 전용 상품인 TDF(타겟데이트펀드), TIF(타겟인컴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운용 대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추천한다.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총괄사장은 "이번 IRP 수익률 1위는 고객 수익률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를 통해 은퇴 설계의 최고 파트너로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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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막아달라"…국민의힘 지도부 앞에 쏟아진 중소기업의 '10가지 숙제'고금리와 고물가, 인력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계가 결국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을 찾아 생존을 위한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나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회장은 "저출생·고령화로 소비인구가 줄고, 고관세 등 통상문제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부터 수출 기업까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하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가 '선의의 경쟁'과 '협상과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가 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셈이다.이날 간담회는 중소기업계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김기문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 및 업종별 이사장 30여 명은 국민의힘 지도부 앞에서 작심한 듯 위기 상황을 쏟아냈다. 이들은 현재의 어려움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인구 문제와 복잡하게 얽힌 통상 문제 등 거시적 위기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경제계가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라는 김 회장의 발언은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당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특히 중소기업계는 막연한 호소를 넘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10대 정책 과제를 제시하며 정부와 여당의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면한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고관세 등 통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첫손에 꼽았다. 또한, 여성특화기업 육성을 위한 펨테크 산업 지원, 코스닥 시장 활성화 펀드 도입, 글로벌 여성 벤처기업 롤모델 육성, 기술 개발을 위한 TDM 면책제도 도입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적인 제안들을 쏟아냈다. 이는 중소기업계가 단순히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아울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공정거래 환경 조성과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노동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기업과의 협의요청권을 부여하고, 납품단가 연동제를 보완해 '제값 받기'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무엇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사업주의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말아 달라는 절박한 외침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고령인력 계속고용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는 요청 역시 인력난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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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00억 쏘고, 포스코가 밀어주고…경북 벤처기업들 '역대급 돈벼락' 맞는다수도권에 집중된 벤처 투자의 물길을 지방으로 돌리기 위한 1000억 원대 '경북 펀드'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포항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경북-포스코 혁신성장 벤처펀드' 결성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펀드는 정부의 모태펀드가 600억 원의 마중물을 붓고, 경상북도와 지역의 대표 향토기업인 포스코, 그리고 포항, 구미, 경주 등 주요 지자체와 농협은행까지 힘을 합쳐 총 1011억 원 규모로 조성되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추진한 비수도권 전용 지역 모펀드 조성 사업의 마지막 퍼즐로, 앞서 결성된 충남, 부산, 강원 펀드와 함께 총 4000억 원 규모의 지역 모펀드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가진다.이번 경북 펀드의 출범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의 '터줏대감' 격인 대기업 포스코가 펀드 출자자로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지역 모펀드 조성 사업 역사상 지역 대기업이 직접 지갑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단순히 자금의 규모를 넘어, 지역의 대기업과 창업·벤처기업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혁신 생태계 모델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자금과 네트워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지역 벤처기업들이 포스코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게 되면서, 기술 개발부터 판로 개척까지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거대한 몸집의 모펀드는 이제 본격적으로 지역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자펀드' 조성에 나선다. 경북 펀드는 오는 10월 운영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출자 분야를 확정한 뒤, 11월부터 곧바로 자펀드 출자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2년간 총 2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00억 원 이상은 반드시 경북에 소재지를 둔 창업·벤처기업이나 경북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뒀다. 사실상 '경북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자금이 집중적으로 수혈되는 셈이다.정부는 이번 경북 펀드의 성공적인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결성식에 참석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포스코와 같은 지역 대기업이 출자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평가하며, 이번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앞으로 조성될 다른 지역 모펀드에도 더 많은 지역사회 출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정부 주도의 '마중물' 역할을 넘어, 지역의 민간 자본과 역량이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지속가능한 지방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장기적인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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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없는 노년, 300만 명은 비정규직…'괜찮다'는 그들의 진짜 속사정퇴직 후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노년층이 노동 시장으로 다시 밀려 나오면서,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856만 8천 명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5.5%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연령층의 인구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고용률 자체가 증가한 영향이 더해진 결과다. 노년층의 경제 활동 참여가 활발해졌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의 질 악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이번 조사는 비정규직 시장의 세대교체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23만 3천 명, 30대는 6만 6천 명 증가하며 전체 비정규직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던 40대(-10만 6천 명)와 50대(-2만 5천 명), 그리고 사회 초년생 세대인 29세 이하(-5만 8천 명)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 수가 감소했다. 산업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돌봄 수요 증가 등으로 보건사회복지업에서 21만 명의 비정규직이 늘어난 반면,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더딘 숙박음식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에서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이는 특정 연령층과 특정 산업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집중되는, 고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표면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7명(67.8%) 가까이가 '자발적으로' 해당 근로 형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56.9%)은 '현재의 근로 조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선택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가 월평균 389만 6천 원을 버는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절반 수준인 208만 8천 원에 불과했다. 180만 8천 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임금 격차는 '자발적 선택'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큰 차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시간제 근로자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되지만, 노동의 가치가 고용 형태에 따라 극심하게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고용의 질 악화는 임금 격차에만 그치지 않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37.1%)과 고용보험(53.7%)에서 전년 대비 하락하며,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다시 일터로 나온 고령층이 늘어났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그리고 허술한 사회적 보호뿐인 셈이다. '만족한다'는 응답 뒤에 가려진, 300만 노년 비정규직 시대의 고단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