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경기 무승의 늪…결국 터졌다, '카스트로프의 족쇄' 세오아네 감독 전격 경질
'홍명보호의 신성' 옌스 카스트로프(21)의 독일 분데스리가 도전기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 그를 철저히 외면하던 소속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의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결국 경질됐다. 이는 카스트로프에게 족쇄와도 같았던 힘든 시간을 끝내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묀헨글라트바흐 구단은 16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오아네 감독과 즉시 결별한다"고 발표하며 축구계에 충격을 안겼다. 롤란트 피르쿠스 스포츠 담당 이사는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면서 세오아네 감독과 함께 반등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었다"며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칼을 빼 든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분데스리가의 유서 깊은 명문 구단이 리그 16위까지 추락하고,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자 수뇌부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러한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 처방은, 그라운드보다 벤치를 더 많이 지켜야 했던 카스트로프에게는 '변수'이자 '기회'다. 세오아네 감독 체제에서 카스트로프의 입지는 처참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 무릎 인대 부분 파열이라는 큰 부상에서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오아네 감독은 그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올 시즌 컵대회와 리그를 포함해 팀이 치른 4경기에서 카스트로프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다.이는 이미 독일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재능임을 증명했고, 심지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선발로 출전하며 45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임을 스스로 입증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큰 대목이었다.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를 벤치에만 앉혀두는 감독의 선택에 팬들의 의문과 불만은 커져만 갔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독일 매체 '스포르트 빌트'는 "카스트로프가 A매치 차출로 인해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식의 악담을 퍼부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외면하던 사령탑이 팀을 떠나게 되면서, 이러한 억측과 비난은 하루아침에 의미를 잃게 되었다.물론 사령탑의 교체가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할 감독의 눈에 띄기만 한다면, 카스트로프의 출전 시간은 극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03년생의 젊은 피인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면, 이는 선수 개인의 성장은 물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도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다. 굴욕의 시간을 보낸 카스트로프가 감독 교체라는 바람을 타고 비상할 수 있을지, 그의 험난했던 첫 시즌에 마침내 서광이 비치고 있다.
- 손흥민이 '불' 붙이자 해트트릭 폭발…LAFC 새 역사 쓴 부앙가, "손케 듀오? 이제 '흥부' 시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또 한 번 손흥민의 이름 아래 들썩였다. 과거 토트넘 홋스퍼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손케 듀오'로 유럽을 호령했던 그가, 이제는 LAFC의 동료 드니 부앙가와 함께 '흥부 듀오'라는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두 선수가 뿜어내는 파괴적인 시너지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미국 축구계에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그 서막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호세 어스퀘이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올랐다. 이날 경기장에는 무려 5만 978명의 관중이 들어차며 산호세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손흥민 효과'가 만들어낸 장관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지 단 53초 만이었다.좌측면을 허문 아르템 스몰야코프의 낮은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하자, 최전방에 포진해 있던 손흥민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바꿔놓으며 골망을 갈랐다. 이 득점은 LAFC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빠른 골로 기록되며, 그의 미국 무대 연착륙을 알리는 축포가 되었다.손흥민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흥부 듀오'의 파괴적인 공격력에 불을 붙였다. 그 불길을 이어받은 것은 부앙가였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LAFC는 전반 9분과 12분, 부앙가가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3-0으로 달아났다. 부앙가는 상대 수비 라인을 완벽히 무너뜨리는 움직임과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전반 초반에만 멀티골을 완성, 경기의 향방을 결정지었다.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반 막판인 42분, 부앙가는 또다시 골망을 흔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 세 번째 골로 그는 LAFC 소속 통산 93골을 기록, 클럽의 전설 카를로스 벨라와 함께 구단 최다 득점자 반열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손흥민이 시작하고 부앙가가 마무리한 이날의 4-2 완승은 두 선수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증명하는 무대였다.미국 현지 언론은 경악에 가까운 찬사를 쏟아냈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부앙가가 벨라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을 조명하며 "그는 이제 MLS 역사에 길이 남을 공격수"라고 극찬했다. 동시에 손흥민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과거 펠레의 뉴욕 코스모스나 최근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사례를 제외하면 미국 축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그의 존재감이 클럽을 넘어 리그 전체의 위상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스티브 체룬돌로 LAFC 감독 역시 "손흥민은 언제나 빠르고 강력하며 위협적이다. 부앙가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라며 "두 선수가 함께 뛸 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힘이 커진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이번 승리로 LAFC는 서부 콘퍼런스 5위 자리를 지키며 4위 시애틀과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혔다. 포스트시즌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4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것이다. '손케 듀오'의 영광을 재현하며 미국 무대를 뒤흔들고 있는 '흥부 듀오'. 그들의 발끝에서 LAFC와 MLS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 돈만 쓴 다저스, 2번 시드도 못 잡나? 필라델피아전 '싹쓸이' 못하면 끝장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가을야구의 높은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LA 다저스에게 마침내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전체 2번 시드를 차지하기 위한 명운을 건 혈투를 앞두고 있다. 그 상대는 내셔널리그 최강팀 중 하나로 꼽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다.다저스는 오는 16일부터 18일(현지 시각)까지 홈구장인 다저 스타디움으로 필리스를 불러들여 운명의 3연전을 치른다. 현재 동부지구 1위 필리스와 서부지구 1위 다저스의 승차는 4.5경기. 다저스가 2번 시드를 탈환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이어가려면 이번 3연전 스윕(싹쓸이)이라는 절대적인 과제를 완수해야만 한다. 3연전을 모두 승리해야 승차를 1.5경기로 좁히며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는, 그야말로 벼랑 끝 승부다.포스트시즌에서 2번 시드와 3번 시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2번 시드는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해 체력을 비축하고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는 반면, 3번 시드는 와일드카드 시리즈(3판 2선승제)라는 추가적인 단기전을 치러야 하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한 시리즈를 더 치르는 부담은 투수진 소모와 체력 저하로 직결되기에, 양 팀 모두 2번 시드 자리를 절대 놓칠 수 없다.양 팀은 그야말로 총력전을 예고했다. 다저스는 에밋 시핸, 오타니 쇼헤이, 블레이크 스넬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시즌 전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라인업이지만, 팀의 운명이 걸린 만큼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필리스 역시 에이스 잭 윌러가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최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레인저 수아레즈를 필두로 크리스토프 산체스, 헤수스 루자르도가 마운드에 오른다.사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다저스의 독주가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냉혹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6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고, 피츠버그 파이리츠나 LA 에인절스 같은 약팀에게도 스윕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100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던 시즌 전 예측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그나마 위안거리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비로소 '완전체 전력'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스넬-타일러 글래스나우-야마모토 요시노부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으며, 알렉 베시아와 마이클 코펙이 돌아온 불펜도 안정을 찾았다. 타선 역시 맥스 먼시와 토미 에드먼의 복귀로 짜임새를 더했고, 대주자 스페셜리스트 김혜성 역시 건강하게 출격을 대기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준비를 마쳤다.하지만 맞서는 필리스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를 쓸어 담으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심지어 필리스의 목표는 2번 시드 수성이 아닌,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1번 시드 경쟁이다. 현재 두 팀의 격차는 단 2경기에 불과해, 필리스 역시 다저스를 제물 삼아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과연 다저스는 천문학적인 투자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내며 가을야구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인가. 야구 팬들의 시선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고 있다.
- 결국 '죽음의 조'로 가나…월드컵 포트 2 '턱걸이' 韓, 에콰도르 맹추격에 '추락 경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북중미의 강호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1승 1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오는 18일 공식 발표될 9월 FIFA 랭킹에서 한국이 또다시 23위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순위 정체보다 더 큰 문제는, 턱밑까지 추격해온 24위 그룹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어 23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이 모든 위기의 시작점에는 단 하나의 패배, 바로 지난 7월 동아시안컵에서 라이벌 일본에게 안방에서 당한 뼈아픈 패배가 자리하고 있다.FIFA 랭킹 포인트는 경기 중요도, 상대의 랭킹, 홈/어웨이 여부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산정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랭킹 15위 미국을 원정에서 2-0으로 꺾으며 5.8점 이상의 높은 포인트를 획득했고, 13위 멕시코와의 중립 경기 무승부로도 소폭의 점수를 추가했다. 숫자만 보면 분명 성공적인 9월이었다.하지만 문제는 9월 랭킹에 함께 반영되는 동아시안컵 결과였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홍콩이라는 약체에 승리했지만, 정작 안방에서 열린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FIFA 랭킹 시스템상, 약팀을 상대로 얻는 포인트보다 홈에서 라이벌에게 패배하며 잃는 포인트 손실이 훨씬 크다. 일본전 패배 하나로 잃은 포인트(-4.48점 추정)가 중국, 홍콩전 승리로 얻은 포인트를 상쇄하고도 남아 결국 동아시안컵 전체로는 오히려 마이너스(-) 포인트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9월 A매치에서 힘들게 쌓아 올린 점수가 한일전 패배의 여파로 상당 부분 잠식된,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셈이다.이러한 상황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앞두고 있기에 더욱 치명적이다.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은 FIFA 랭킹에 따라 4개의 포트(그룹)로 나뉘어 진행된다. 현재 23위인 한국은 2포트의 가장 마지막 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 만약 2포트를 사수하면 월드컵 본선에서 '1강'과 '2약'을 만나는 비교적 수월한 조 편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랭킹이 하락해 3포트로 미끄러지는 순간 '2강 1약'이라는, 사실상의 '죽음의 조'에 편성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설상가상으로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국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특히 24위로 올라설 에콰도르는 최근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무려 19점 이상의 포인트를 쌓아 한국과의 격차를 5점 이내로 좁혔다. 호주 역시 꾸준히 한국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정이다. 10월에는 세계적인 강호 브라질(5위)과, 11월에는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파라과이(43위), 볼리비아(78위)와의 평가전이 예정되어 있다. 강팀 브라질에 패하면 랭킹 하락은 불가피하며, 약팀인 파라과이, 볼리비아와의 홈경기는 이겨도 본전, 비기거나 패할 경우 랭킹 포인트가 대폭 삭감되는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다. 단 한 번의 패배가 월드컵 '죽음의 조' 편이라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이다.
- 오현규 이적 불발에 땅을 친 진짜 '피해자'…셀틱, 눈앞에서 날아간 '75억'에 분통
이적시장 마감 직전, 한 선수의 거대한 이적이 무산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헹크)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구단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발표만 남은 '거피셜' 단계에서 최종 불발된 이 사건의 후폭풍은 당사자인 오현규를 넘어, 그의 전 소속팀과 현 소속팀까지 뒤흔드는 거대한 파장을 낳고 있다.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오현규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이었던 지난 1일, 슈투트가르트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이적의 마지막 관문인 메디컬 테스트까지 모두 마쳤다. A대표팀 합류 일정까지 하루 늦추며 이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이적료는 무려 2400만 파운드(약 451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하지만 이적시장 마감을 불과 한 시간여 앞두고 상황은 급반전됐다. 슈투트가르트 측이 돌연 9년 전, 즉 오현규의 고교 시절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를 빌미로 이미 합의된 이적료를 깎으려 했고, 오현규의 현 소속팀인 벨기에의 KRC 헹크는 이 '부당한 재협상'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세 구단과 한 선수의 운명이 걸렸던 빅딜은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졌다.이 이적 무산으로 가장 큰 금전적 손해를 본 곳은 의외로 오현규의 전 소속팀인 스코틀랜드의 셀틱 FC였다. 셀틱은 2023년 수원 삼성에서 250만 파운드(약 47억 원)에 오현규를 영입해 1년간 '특급 조커'로 활용한 뒤, 지난해 여름 350만 파운드(약 65억 원)를 받고 헹크로 보냈다. 당시 계약서에 '셀온(Sell-on)' 조항을 포함시키는 비즈니스 수완을 발휘했는데, 이는 선수가 타 구단으로 재이적할 시 이적료의 일정 비율을 받는 조항이다. 이번 이적이 성사되었다면 셀틱은 이 조항에 따라 무려 400만 파운드(약 75억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셀틱은 오현규 한 명으로 약 500만 파운드(약 94억 원)의 차익을 남길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셈이다.헹크 구단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루크 후이베리스 헹크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슈투트가르트가 7~8년 전 메디컬 문제를 다시 꺼내 재협상을 원했지만, 그건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오현규가 '몸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는 부당한 낙인이 찍혔다며, "향후 며칠 안에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가장 큰 상처를 입었을 당사자 오현규는 오히려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증명했다. 그는 9월 A매치 기간 중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교 이후 무릎에 문제가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셀틱과 헹크에서도 부상으로 결장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며 슈투트가르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실망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좋은 일만 생기면 인생은 재미없지 않나. 모든 팀이 나를 원할 만큼 실력을 키우겠다"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그리고 그는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10일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5호골을 터뜨린 직후, 그는 보란 듯이 자신의 무릎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의 무릎 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통쾌한 메시지였다. 헹크 구단 역시 공식 SNS에 '오현규 vs 메디컬 테스트, 1-0'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슈투트가르트를 공개적으로 저격, 선수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제 헹크로 복귀한 오현규는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뒤,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빅리그의 문을 다시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 '난적' 멕시코 잡고, '강호' 독일-이탈리아는 '자멸 중'…월드컵 포트2, 꿈이 현실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 '포트2' 배정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 대표팀의 선전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통 강호들이 예선에서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는 '타의에 의한 호재'가 겹친 결과여서 축구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우선 홍명보호는 9월에 치러진 북미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월드컵 개최국이자 FIFA 랭킹 15위의 강호 미국, 그리고 북중미의 맹주이자 랭킹 13위인 멕시코를 상대로 1승 1무라는 호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 결과로 한국은 다가오는 FIFA 랭킹 발표에서 현재 순위인 23위를 수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 순위만 내년 월드컵 본선 조 추첨 때까지 유지한다면, 상위 16개 팀에게 주어지는 포트2의 막차를 타는 것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여기에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한국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 바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전차군단' 독일의 동반 부진이다.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규정상, 각 조 2위 팀들이 치르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합류하는 팀은 기존 FIFA 랭킹과 무관하게 무조건 포트4에 배정된다. 현재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이탈리아와 독일이 만약 플레이오프로 밀려나거나 아예 탈락한다면, 그 자리만큼 다른 팀들의 포트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반사 이익이 발생한다.특히 독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A조에 속한 독일은 최근 슬로바키아에 0-2로 덜미를 잡히며 조 3위까지 추락했다. 이 순위가 유지된다면 조별예선에서 그대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이탈리아는 9월 2연승으로 I조 2위까지 올라서며 한숨 돌렸지만, 이미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연속으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트라우마'가 있다. 3연속 본선 좌절만은 막겠다는 각오지만, 언제든 미끄러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이 두 팀의 부진은 한국에게 '죽음의 조'를 피할 확률을 높여주는 절호의 기회다. 포트2에 포함된다는 것은 포트1의 최강팀 한 팀을 제외하고는 포트3, 4의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들과 한 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물론, 남의 불행에만 기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홍명보호가 9월 평가전에서 보여준 내용적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홍 감독은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백3(3-back) 수비 전술의 완성도를 높였고, 새로 발탁된 옌스 카스트로프 같은 자원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골드컵 우승 멤버가 총출동한 멕시코를 상대로 먼저 실점한 뒤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준 것은 팀이 정신적으로나 전술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이제 시선은 오는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브라질, 파라과이와의 홈 2연전으로 향한다. 포트2 진입의 교두보가 될 23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두 경기에서 반드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둬야만 한다. 하지만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FIFA 랭킹 5위의 브라질은 한국이 1999년 이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천적'이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6월 평가전(1-5 패)과 카타르 월드컵 16강전(1-4 패)에서 연달아 대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선명하다. FIFA 랭킹 43위의 파라과이 역시 2022년 맞대결에서 2-2로 힘겹게 비겼을 만큼 까다로운 상대다. 홍명보호에게 10월은 '포트2 굳히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60kg대 '멸치'에서 80kg '강속구 파이어볼러'로…군대에서 대체 무슨 일이?
'낭만을 던지는 투수', '한국의 린스컴'. 한화 이글스 팬들이 투수 윤산흠(26)에게 붙여준 별명들이다. 마운드 위에서 온몸을 내던지듯 역동적으로 공을 뿌리는 그의 모습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그 낭만 뒤에는 누구보다 험난했던 인고의 시간이 숨어 있었다.광주화정초-진흥중-영선고를 거치며 프로의 꿈을 키웠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2019년 두산 베어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지만, 그토록 그리던 1군 마운드는 밟아보지도 못한 채 2020년 방출의 쓴맛을 봐야 했다. 다시 돌아간 독립리그, 야구를 포기할 수도 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한화 이글스였다. 2021년, 그는 마침내 독수리 군단의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데뷔했다.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각인된 것은 2022시즌이었다. 37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한화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성장세가 기대되던 2023시즌 종료 후, 그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하며 잠시 팬들 곁을 떠나야 했다.그리고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2024년 6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윤산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상무에서 운동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고 말한다. 입대 초, 10kg을 증량했다가 오히려 구속이 떨어지는 시련을 겪었지만, 트레이닝 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다시 체계적으로 몸을 불렸다. 60kg 후반이던 체중은 이제 80kg을 유지한다. 근육량과 체지방이 함께 늘어난 덕분에, 그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km/h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장착했다.단순히 몸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역동적인 투구폼에 수정을 가했다. "예전엔 몸을 더 많이 젖히는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세워서 던지려고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체중 증가로 인한 부상 위험을 줄이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구력을 잡기 위한 결단이었다. 일부 팬들은 그의 '낭만'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산흠은 "야구를 잘하는 게 첫 번째"라며 단호히 말했다. 결과가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구속과 제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한층 더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전역 후 돌아온 팀의 모습도 그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 시기, 텅 빈 관중석을 향해 공을 던졌던 그는 이제 매 경기 구장을 가득 메우는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팬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시는 열기는 처음 느껴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제 군 문제까지 해결한 윤산흠의 시선은 오직 '가을야구'를 향한다. 그는 "선수라면 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타자에게 밀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다면, 하던 대로 타자와 싸워 이기는 투구를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방출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군 복무를 통해 더욱 강해져 돌아온 '낭만 투수'. 그의 두 번째 야구 인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전문가들은 모두 'NO'라 외쳤다…꼴찌 후보 SSG, '준PO 직행' 눈앞에 둔 기적의 비밀
2025시즌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그 누구도 SSG 랜더스를 '가을야구'의 주역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야구 전문가들과 팬들의 냉정한 시선 속에서 SSG는 5강은커녕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SSG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리그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기적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시즌 전 SSG의 상황은 암울 그 자체였다. FA 시장에서 눈에 띄는 외부 영입 없이,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과 베테랑 노경은을 잔류시키는 내부 단속에만 집중했다. 이는 현상 유지는 될지언정, 전력 상승을 의미하는 '플러스 요인'은 전무하다는 뜻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선발진, 불펜, 타선 어느 곳 하나 명쾌한 해답 없이 물음표만 가득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전력을 보강한 경쟁팀들 사이에서 SSG가 5강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SSG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끈질기게 버텨냈다.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까지 들었던 타선이 집단 침묵에 빠진 순간에도 팀이 무너지지 않았던 원동력은 바로 마운드의 힘이었다.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투수 운용은 이숭용 감독의 지휘 아래 안정을 찾았고, 젊은 20대 투수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필승조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이 탄탄한 투수력이 있었기에 SSG는 기나긴 타격 슬럼프의 터널을 버텨낼 수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후반기, 잠자던 타선까지 깨어났다. 투타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자 SSG의 상승세는 파죽지세로 변했다. 그 정점은 지난 7일,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둔 리그 1위 LG 트윈스와의 잠실 맞대결이었다. 이날 SSG는 지난 3년간 자신들을 괴롭혀온 '천적' 임찬규를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임찬규는 최근 3년간 SSG를 상대로 12경기에 등판해 9승 2패, 평균자책점 2.19라는 극강의 모습을 보여준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SSG 타선은 초반부터 임찬규를 두들겨 5점을 뽑아냈고, 경기 중반 에이스 김광현이 흔들리며 3실점 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리그 최강으로 거듭난 불펜이 LG의 추격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7대3의 완승을 거뒀다.이 승리로 SSG는 최근 5연승, 9월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한때 승차 없이 승률로만 앞서던 4위 삼성과의 격차를 2경기까지 벌렸고, 5~6위권 팀들과의 거리도 3경기 차 이상으로 벌리며 3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시즌 내내 속을 썩이던 타선은 개막 이후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으며, 촘촘하지 않은 9월의 경기 일정은 오히려 막강한 불펜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물론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SSG의 가을을 결정지을 마지막 고비, '영남 원정 6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9일부터 창원(NC), 대구(삼성), 부산(롯데)을 거쳐 다시 창원(NC)으로 이어지는 약 열흘간의 원정길은 모두 순위 경쟁을 펼치는 팀들과의 외나무다리 승부다. 이 '지옥의 원정'에서 5할 이상의 승률만 거둔다면, SSG의 준플레이오프 직행 가능성은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꼴찌 후보'의 반란이 과연 '가을의 기적'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뜨겁게 집중되고 있다.
- 일본은 '유료', 한국은 '무료'…넷플릭스 WBC 중계권 독점에 '민심 폭발'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일본 야구계에 거대한 폭탄을 투하했다. 2026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안방에서 지상파 채널을 통해 '공짜'로 경기를 즐겨온 일본 야구팬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19세기 미국의 함대가 일본을 강제 개항시킨 '흑선(黒船)의 침략'에 비유하며 격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WBC를 주관하는 MLB 사무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였다. MLB는 "넷플릭스가 2026년 WBC의 새로운 '홈'이 된다"고 공식 발표하며, "넷플릭스는 일본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WBC 생중계를 제공하며, 야구계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탁월한 접근성'이라는 포장과 달리, 이는 사실상 유료 구독자에게만 시청을 허락하겠다는 선언이었다.야구는 일본에서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은 WBC를 국민적 축제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3년 WBC 당시 오타니가 등판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평균 가구 시청률 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본 대표팀의 7경기는 모두 시청률 40%를 넘겼고, 인터넷 중계를 포함한 모든 매체의 시청률은 약 75%에 달했다. 전 국민의 4분의 3이 지켜본 '국민 행사'가 하루아침에 유료 구독 서비스의 독점 콘텐츠로 전락한 것이다.넷플릭스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기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베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일본 지상파 방송사들은 입찰 경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단순히 일본 내 구독자를 늘리려는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파괴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일본 대중의 반발은 거세다. 2023년 WBC의 일본 경기 메인 스폰서였던 딥 주식회사마저 "많은 사람들이 WBC를 부담 없이 즐길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WBC를 독점하는 일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방송법에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 조항 때문이다. 이 법은 올림픽, 월드컵, 그리고 WBC처럼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이벤트는 국민 대다수가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WBC의 경우, 전체 가구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므로 OTT 단독 중계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넷플릭스의 '일본 침공'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는 "OTT가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보장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애매한 영역'의 대회들은 앞으로 OTT의 입찰 경쟁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로컬 중계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이상, 일본에서 시작된 '중계권 전쟁'이 언제 다른 나라, 다른 종목으로 번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 에제마저 아스널에 뺏기자 터진 분노…레비의 소극적 태만이 부른 비참한 최후
토트넘 홋스퍼의 25년 '다니엘 레비 시대'가 충격적인 방식으로 막을 내렸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자발적 사임'과 '승계 계획의 일환'이라는 부드러운 표현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구단주 가문의 냉정한 '경질' 통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클럽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이 폭발한 결과로 해석된다.2001년, 조 루이스 구단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토트넘의 수장이 된 레비 회장은 분명 명(明)과 암(暗)이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클럽의 인프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약 1조 9천억 원을 투입해 건설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단순한 축구장을 넘어 콘서트, NFL 경기 등을 유치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고, 홋스퍼 웨이 훈련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의 철저한 계산과 비즈니스 수완 덕분에 토트넘은 거부들의 돈 잔치가 벌어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매우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며 전 세계 수익 10위권의 거대 클럽으로 발돋움했다.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 레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우승에 대한 야망 부족'이었다. 재정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그의 '짠돌이 경영'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발목을 잡았다.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윌리안, 잭 그릴리쉬 등 정상급 선수들을 눈앞에서 놓쳤고, 바로 올여름에는 '철천지원수' 아스널에 에베레치 에제를 뺏기는 굴욕을 당하며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감독 교체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글렌 호들을 시작으로 무려 16명의 감독이 그의 손에 의해 쫓겨나거나 떠나갔다. 25년의 재임 기간 동안 들어 올린 트로피는 단 2개(2008년 리그컵, 2024년 유로파리그)에 불과했다. "우리의 경기는 영광을 위한 것, 레비의 경기는 탐욕을 위한 것"이라는 팬들의 플래카드는 그의 시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통렬한 비판이었다.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것은 팬들만이 아니었다. 구단주인 루이스 가문이 직접 칼을 빼 들었다.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구단주는 레비 회장에게 직접 해임을 통보하며 "우리도 팬들처럼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식 발표 뒤에 숨겨진 '사임 권고'라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이제 토트넘은 레비 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전 아스널 CEO였던 비나이 벵카테샴이 새로운 리더로 부임했고, 구단은 '장기적인 스포츠적 성공'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25년간 클럽을 현대적인 비즈니스 제국으로 키워냈지만, 축구의 본질인 '승리의 영광'을 안겨주지 못했던 '레비 시대'의 종말은 토트넘이 과연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