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박용찬 선생이 남긴 '이 유산', 70년 세월 넘어 마침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잿빛 도시 서울,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할 특별한 공간의 문이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대학로 예술가의집 라운지룸에 과거 클래식 음악 감상의 성지(聖地)로 불렸던 ‘르네쌍스 고전음악감상실’의 영혼과 감성을 고스란히 되살린 공간, ‘르네쌍스, 르:네쌍스’를 선보인다. 이곳은 단순한 음악 감상실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낭만이 깃든 문화적 유산을 오늘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특별한 시간여행의 장이다.‘르네쌍스 고전음악감상실’의 역사는 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지 않은 1951년, 대구 피난지에서 시작된다. 설립자인 故 박용찬(1916~1994) 선생은 암울했던 시절, “음악이 주는 해방감과 평안을 절망에 빠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숭고한 뜻 하나로 이 공간을 열었다. 이후 1986년 서울 종로에서 아쉽게 막을 내리기까지, ‘르네쌍스’는 당대 최고의 지성과 예술가들이 모여 클래식 선율에 마음을 기대던 사랑방이자, 전쟁의 상처와 독재의 시름을 위로받던 영혼의 안식처였다.아르코는 바로 이 정신을 21세기에 되살리고자 했다. 새롭게 태어난 ‘르네쌍스, 르:네쌍스’는 단순한 복원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을 압도하는 전설적인 명기(名器)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당시에도 ‘꿈의 스피커’라 불렸던 JBL 하츠필드 D30085 스피커 한 쌍이 위용을 뽐내며 서 있고, 그 옆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축음기가 자리한다. 벽면에는 빛바랜 신문 기사, 낡은 입장권 등 지금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사료들이 전시되어,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이 공간의 심장은 단연코 ‘소리’다. 故 박용찬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하고 기증한 수많은 LP와 SP 음반 중 일부를 디지털로 세심하게 변환한 음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디지털 음원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로망인 매킨토시 진공관 앰프를 거쳐 전설적인 JBL 하츠필드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하고 풍성한 사운드가 진공관 앰프의 깊이를 만나 빚어내는 소리의 울림은, 스마트폰 이어폰으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플레이리스트는 매달 새롭게 구성되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약속한다.또한,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1915년부터 1943년 사이에 제작된 VICTOR, 일본축음기상회, 일동축음기상회 등의 희귀 음반들은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이 특별한 공간은 더 많은 이들이 깊이 있는 감상을 누릴 수 있도록 예술가의집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르네쌍스, 르:네쌍스’는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한 개인의 숭고한 나눔의 정신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독도 지킴이'가 이번엔 소화기를 들고 나타났다… 그가 '칼'을 그려 넣은 충격적인 이유
경북 포항의 한적한 공원, 가을 들녘을 지키던 허수아비와 위급한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붉은 소화기가 뜻밖의 캔버스가 되었다. 이 기이하고도 의미심장한 예술 행위의 주인공은 바로 '독도 서예가'로 널리 알려진 김동욱 씨다. 그는 15일,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위치한 인비리 암각화 공원에서 아주 특별한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 곁에 잠들어 있는 역사의 숨결을 일깨웠다. 그의 손끝에서 허수아비의 가슴과 소화기의 차가운 몸체 위로 재탄생한 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년 전, 이 땅의 조상들이 바위에 새겨 넣었던 권력과 염원의 상징, 바로 '마제석검(磨製石劍)' 암각화였다.김동욱 씨의 이번 퍼포먼스는 단순한 예술 활동을 넘어,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하게 널려 있어 오히려 그 가치를 잊고 사는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무관심을 질타하고,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가 그려낸 마제석검의 원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바로 이곳 포항 인비리 일대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에 새겨진 것들이다. 특히 포항 지역은 확인된 것만 20여 개에 달하는 고인돌이 분포해 있는 역사의 보고(寶庫)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김 씨는 "포항에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고인돌이 넓게 분포해 있으며, 특히 날카롭게 잘 다듬어진 마제석검이 선명하게 새겨진 고인돌들은 그 시대의 기술력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고인돌들은 단순한 돌무덤이 아니라 당시 지배층의 무덤이자, 그들의 권위와 신앙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그 위에 새겨진 마제석검은 단순한 무기를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인 셈이다.그는 왜 하필 허수아비와 소화기를 선택했을까? 여기에는 깊은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허수아비는 곡식을 지키듯 우리의 문화유산을 훼손과 무관심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소화기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라는 불을 꺼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독도'라는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를 온몸으로 지켜온 그가 이제는 내륙 깊숙이 잠들어 있는 고대의 역사까지 보듬어 안은 것이다. 그의 퍼포먼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이 발 딛고 선 땅 아래에 어떤 역사가 잠들어 있는지 알고 있는가. 무심코 지나치는 저 평범한 돌멩이가 실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조상의 목소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김동욱 씨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마제석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날카롭고도 묵직한 질문이다.
- 싱글 1위도 모자라 앨범 차트까지 '꿀꺽'…'케데헌' 신드롬, 대체 뭐길래?
K-콘텐츠가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단순한 영상 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미국 대중음악 시장의 심장부인 빌보드 차트를 완벽하게 정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앨범이 미국 현지 시각 14일 발표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마침내 1위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이번 앨범 차트 정상 등극은 이미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을 석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수록곡 '골든(Golden)'의 성공에 이은 '쌍끌이 흥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골든'은 통산 4주째 '핫 100' 정상을 굳건히 지키며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으며, 이제 앨범 전체가 차트의 왕좌에 오르며 '케데헌'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거대한 문화적 흐름이 되었음을 증명했다.'케데헌' OST 앨범의 1위 등극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발매 첫 주 '빌보드 200'에 8위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무려 7주 동안 세계적인 팝스타 사브리나 카펜터의 '맨즈 베스트 프렌드(Man's Best Friend)'에 밀려 2인자의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8주 차에 접어들며 뒷심을 발휘, 마침내 정상을 탈환하는 역주행 드라마를 완성했다. 빌보드는 "OST 앨범이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은 202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이후 3년 만의 대기록"이라고 조명하며 이번 성과의 역사적 가치를 부각했다.보드는 이 같은 이례적인 롱런과 역주행의 핵심 동력으로 미국 전역을 휩쓴 '싱어롱(Sing-along) 상영회'의 폭발적인 인기를 꼽았다. '싱어롱'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OST를 자유롭게 따라 부르는 참여형 관람 문화로, '케데헌'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극장에 모여 노래를 함께 부르는 '떼창' 현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앨범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폭발적으로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여기에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 '디럭스 버전' 음반 재발매 전략 또한 주효했다. 새로운 구성으로 발매된 디럭스 앨범은 실물 음반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렸고, 이는 스트리밍 및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앨범 유닛(Album Units)' 수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케데헌' OST 앨범은 이번 차트 집계 기간 동안 총 12만 8,000장에 해당하는 앨범 유닛을 기록하며 막강한 팬덤의 화력을 입증했다.결국 '케데헌'의 성공은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음악, 팬덤 문화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가상의 K팝 아이돌이 부른 노래가 애니메이션의 울타리를 넘어, 전 세계 팝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 배우 이정재, 오세훈 시장과 함께 '이것' 논한다…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질 일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아파트와 빌딩의 차가운 외벽이 사실은 우리의 정신 건강과 감정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어떨까? 서울시가 오는 26일 화려한 막을 올리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서막을 여는 개막 포럼에서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감성 도시(Sentient City)'라는 대주제 아래, 도시와 건축을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닌, 인간과 교감하는 유기체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예정이다.이번 개막 포럼은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되며,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서울의 미래 도시건축이 나아갈 인간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공론의 장이 될 것이다. 건축, 도시계획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은 물론, 인간의 뇌와 감정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그리고 창의적인 커뮤니티 활동가와 시민에 이르기까지 총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건물의 외관이 시민의 건강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심층적인 영향을 탐구하고, 어떻게 하면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오래 지속되는' 건물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포럼 첫날의 문은 '행인을 위한 건축'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열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기조연설을 통해 '감성 도시'의 비전을 제시한다. 곧이어 '알쓸신잡'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의 사회로 심도 있는 패널토론이 진행된다. 특히 이 자리에는 비엔날레 주제전에 직접 참여한 창작자들과 더불어, 특별 초청 게스트로 세계적인 배우 이정재가 참여해 총감독과의 대담을 나누며 예술과 건축의 접점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힐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오후 세션에서는 더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논의가 이어진다. '시각의 복잡성이 시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건물 외관의 디자인이 인간의 건강과 행동에 어떤 과학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를 파헤친다. 미국 HKS의 혁신 부문을 이끄는 우팔리 난다 디렉터와 휴머나이즈 캠페인의 안나 킴 박사가 각각 도시 리더와 계획가의 관점에서 발표를 진행한다. 하이라이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연세대 연구진이 협력하여 진행한 '서울의 건물 파사드(외관)가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 발표다. 이는 도시 경관이 우리의 뇌 활동과 감정에 직접적인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데이터로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둘째 날 프로그램은 이론을 넘어 현장으로 이어진다. 토머스 헤더윅 총감독이 직접 참여자들과 함께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설치된 작품 '휴머나이즈 월'과 '일상의 벽'을 둘러보는 현장 투어를 진행한다. 이후 '사랑받고 오래 지속되는 건축물'을 주제로 포럼을 이어가며, 오후에는 '서울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듣다' 세션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과 도시건축의 연관성을 탐구한 다양한 사례들이 공유될 예정이다.도시의 미래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 지적 향연에 동참할 수 있다. 오는 16일부터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누리집을 통해 선착순으로(양일간 각 100명) 참여 신청을 받으며, 현장 참석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서울비엔날레와 서울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한 실시간 생중계도 제공된다.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이번 개막 포럼은 도시건축이 단순한 공간 조성을 넘어 시민의 삶과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서울이 더 인간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발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리천장 깬 여성 감독들, 스릴러 판도를 바꾸다
최근 한국 스릴러 드라마계에서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디즈니+ ‘북극성’(김희원 감독)과 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변영주 감독)을 비롯해 웨이브 ‘S라인’(안주영 감독),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이정림 감독) 등 주요 스릴러 작품들이 모두 여성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는 과거 로맨스나 가족 드라마에 주로 참여했던 여성 감독들이 대형 프로젝트와 스릴러 장르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뚜렷한 변화다.특히 여성 감독들은 스릴러 장르에서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는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통상 여성의 장르로 여겨지지 않던 스릴러에서 여성 감독의 강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은 "기존 스릴러가 사건 중심이었다면, 여성 감독의 스릴러는 여성 서사나 내면 심리 묘사에 충실해 좋은 결과를 내며 기회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연쇄 살인마 엄마와 형사 아들의 심리적 공조를, ‘북극성’은 한반도 정세 스릴러에 로맨스를, ‘S라인’은 히키코모리 주인공의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다.이러한 변화에는 OTT 플랫폼의 영향도 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 등 OTT 여성 가입자가 늘면서 과거의 잔인하고 거친 스릴러보다 심리 묘사가 풍부한 작품들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윤석진 교수는 스릴러가 감성과 정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장르임을 강조하며, 여성 연출자들의 성공 사례가 누적되며 업계 인식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은 "사람 간의 관계가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되는 한국형 스릴러 탄생에 여성 감독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내 대중문화 산업에서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함께 다양한 시각과 감성의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김헌식 평론가는 기존 스릴러 문법과의 상호 보완을 통해 특정 성별의 서사에 치우치지 않는 보편적 스토리를 추구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성 감독들의 활약은 국내 스릴러 장르의 지평을 넓히고 K-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인구 소멸 막으러 '국가유산'이 나섰다…우리 동네 향교, 종갓집이 '핫플'되는 마법
전국 방방곡곡에 잠들어 있던 우리의 소중한 국가유산이 2026년, 역대 최대 규모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나 국민의 곁을 찾아온다.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12일, '2026년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으로 총 379건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진행된 355건보다 24건(7%)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국가유산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 자연, 무형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인적·물적 자원과 창의적으로 결합했다"며, "이를 통해 국민에게는 수준 높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는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이번에 선정된 사업은 크게 5개의 세부 분야로 나뉜다. ▲지역 유산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는 ‘생생 국가유산’ 135건, ▲향교와 서원을 인문학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 95건, ▲밤의 정취 속에서 유산을 만나는 ‘국가유산 야행’ 55건, ▲산사의 고즈넉함과 문화를 체험하는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 46건, ▲전통 가옥의 멋과 삶을 배우는 ‘고택·종갓집 활용’ 48건이 포함됐다.가장 많은 135건이 선정된 **‘생생 국가유산’**은 잠자고 있던 지역 국가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굴하고, 현대적인 콘텐츠로 재무장시켜 살아 숨 쉬는 역사 교육의 장이자 지역 대표 문화관광 자원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경북 영덕의 '나라를 지켜라! 월월이청청, 박의장, 신장군'과 같이 기존에 큰 호응을 얻었던 103개 프로그램 외에도, 대전 중구의 '단재의 길, 그 위에 서다', 인천 강화의 '스며드는 고을, 강화유수부' 등 32개의 참신한 신규 프로그램이 대거 포함되어 기대를 모은다.95건이 선정된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은 엄숙하고 조용했던 향교와 서원을 생기 넘치는 문화 공간이자, 청소년들의 인성을 함양하는 인문 정신의 요람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강원 동해의 '용산서원 문화정원으로 New-學(유학)가자!'와 같이 인기를 끈 84개 기존 사업과 더불어, 충북 영동의 '황간향교 맛, 멋, 풍류', 경북 김천의 '김산의진, 살아 숨쉬는 선비의 숨결' 등 11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선비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국가유산 야행’**은 지역의 핵심 국가유산과 주변의 문화 콘텐츠를 야간 시간대에 결합해 환상적인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총 55개가 선정됐다. 전북 익산의 '백제 국가유산 야행' 등 기존 44개 프로그램에 더해, 강원 정선의 '정선 국가유산 걷는 밤물관(밤에 걷는 박물관)', 전북 정읍의 '선비의 향기 연꽃으로 피어나다' 등 11개의 새로운 야행이 전국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준비를 마쳤다.46건이 선정된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은 고즈넉한 산사가 품고 있는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다채로운 체험, 공연, 답사 형태로 풀어내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전북 남원 실상사의 '천년의 향기'와 같은 37개 기존 사업과 함께, 전북 진안 금당사의 '금당(金塘)이 동쪽으로 온 까닭은?', 경북 안동 광흥사의 '한글을 품고, 한글을 알린 광흥사' 등 9개의 신규 프로그램이 산사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에게 다가간다.마지막으로 48건이 선정된 **‘고택·종갓집 활용’**은 종가와 고택에 깃든 의식주, 전통 의례 등 우리 고유의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하며 그 가치를 되새기는 사업이다. 경기 남양주에서 진행되는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가 보내온 청첩장'과 같은 40개 기존 프로그램에, 전남 해남의 '600년 종가 이야기-녹우당 문예기행', 충북 단양의 '단양 조덕수 고택, 남한강 달빛 소나타' 등 8개의 신규 프로그램이 더해져 특별한 하룻밤을 선사할 예정이다.국가유산청은 "이번 선정을 계기로 전국 곳곳의 국가유산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자 핵심 문화 자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70년 만의 귀환…당신이 아는 이중섭의 모든 것을 바꿀 단 한 점의 그림이 온다!
한국 미술계의 심장을 뛰게 할 세기의 경매가 열린다. '국민화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중섭(1916~1956)의 신화적인 걸작 '소와 아동'이 무려 70년의 침묵을 깨고 마침내 경매 시장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국내 대표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오는 9월 24일 개최되는 메이저 경매에 이 역사적인 작품을 출품한다고 12일 밝혔다. 시작가는 25억 원으로 책정되었으나, 미술계의 관심은 단순히 시작가를 넘어 이중섭 작품의 최고가 기록 경신 여부에 뜨겁게 쏠리고 있다.'소와 아동'은 단순한 그림 한 점이 아니다. 이 작품은 1955년,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단 한 명의 소장가가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애지중지하며 간직해 온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시장에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기에 그 희소성과 가치는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다. 1972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전설적인 유작전은 물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0만 관객을 동원한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 등 한국 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며 이중섭 예술 세계의 핵심임을 증명해왔다.케이옥션 측은 "'소와 아동'은 이중섭 예술의 정수를 담은 핵심작으로, 이번 경매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한국 미술사에 기록될 하나의 사건"이라며, "2018년 47억 원에 낙찰되며 신기록을 세운 '소'의 아성을 뛰어넘을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이번 경매는 이중섭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어 그 열기를 더한다. 총 126점, 약 150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특히 박수근(1914~1965) 화백의 대표 풍경화 '산'이 시작가 13억 원에 출품되어 주목받는다. 이 작품은 박수근 특유의 거칠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는 질감 속에, 단순히 자연의 모습을 넘어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 우리네 이웃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내 깊은 울림을 준다.또한,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통해 다시금 그 위상이 재조명된 '물방울 작가' 김창열(1929~2021)의 작품 세계를 시대별로 조망할 수 있는 5점의 작품도 함께 오른다. 물방울이라는 독창적 소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대 작품부터, 마대 등 다양한 재료 실험이 돋보이는 1980년대, 그리고 동양 철학적 사유가 더해져 예술적 깊이가 절정에 달한 1990년대 작업까지 그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화면 가득 영롱한 물방울이 펼쳐진 1976년작 200호 대작 '물방울'은 추정가만 9억에서 18억 원에 달해 이번 경매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로 꼽힌다.이 엄청난 작품들은 13일부터 경매 당일인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리는 프리뷰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 박물관 다 비웃는 '고고학 유희' 전시 화제…당신이 알던 유물의 개념이 완전히 뒤집힌다
과거의 유물은 반드시 박물관 유리 진열장 안에 고고하게 잠들어 있어야만 할까? 고고학이 땅속의 흔적을 파헤쳐 과거를 복원하는 엄숙한 학문이라면, 여기 그 고고학적 방법론을 현대미술의 무대로 가져와 마음껏 '유희'하는 작가들이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안적 예술 공간 '아트스페이스 라프'에서 9월 12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고고학 유희'는 바로 이 즐거운 지적 탐험으로 관객을 초대한다.이번 전시는 연기백, 주세균, 최은철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와 방식으로 '유물'이라는 개념에 접근하는 세 명의 작가가 의기투합한 자리다. 이들은 흙먼지 쌓인 토기나 금속 파편 대신, 우리 주변의 사물과 디지털 이미지, 심지어 녹아내리는 설탕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탐구하고, 해체하며, 오늘날의 의미로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무엇이 미래의 유물이 될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먼저, 연기백 작가는 도시의 고고학자다. 그는 재개발과 철거로 사라져가는 공간, 사람들이 떠나간 이주의 현장을 누비며 버려진 사물들을 수집한다. 낡은 문짝, 손때 묻은 목가구, 깨진 타일 조각 등은 그의 손을 거쳐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한 시대의 생활사와 개인의 서사를 품은 '현대의 유물'로 재탄생한다. 특히 오래된 목가구를 불로 태워 그을린 표면 아래 숨겨진 나뭇결을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마치 땅의 지층처럼 겹겹이 쌓인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주세균 작가는 디지털 세계의 유물을 발굴한다. 그는 인터넷을 떠도는 저화질의 픽셀 덩어리, 즉 '밈(meme)'이 되거나 무심코 복제된 디지털 이미지들을 수집한다. 원본의 아우라를 상실한 이 데이터 조각들을 그는 다시 조합하고 재구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창조한다. 이러한 과정은 '국보'나 '보물'과 같이 국가가 공인하는 전통적 가치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다. 그는 무엇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이며, 디지털 시대의 유물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는지를 물으며 관습적인 미적 기준을 흔든다.가장 파격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작가는 최은철이다. 그는 국보급 도자기나 불상 같은 상징적인 유물들을 '설탕'으로 정교하게 재현한다. 그러나 이 달콤하고 영롱한 유물들은 영원하지 않다.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녹아내리거나 형태가 무너지며 점차 소멸해간다. 작가는 이 허무하고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문명의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필연적인 덧없음과 유한함을 성찰하게 만든다. 영원할 것 같던 위대한 문명의 산물도 결국은 시간 속에서 변하고 사라진다는 진리를 감각적으로 체험시키는 것이다.전시를 기획한 황규진 기획자는 "세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업 방식은 '고고학'이라는 공통된 키워드 아래 한 공간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며, "물리적, 디지털적, 개념적 차원에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이들의 '유희'를 통해 관객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과 감각적 경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전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딱딱한 역사가 아닌, 예술가들의 놀이터가 된 고고학의 세계에서 지적인 유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수교 30주년 기념, 한국이 이집트에 보낸 '역대급 선물'의 정체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와 역동적인 현대 문화 강국 대한민국,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이집트의 심장부 카이로에서 특별한 문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양국의 오랜 우정을 기념하고 미래의 협력을 약속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나일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전 세계에 선보인다.이번 기념행사의 핵심은 '함(Haam): 함께함을 담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외교 기록물 전시다. 9월 11일부터 28일까지 카이로 이슬람 예술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양국 관계의 깊이와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한국 전통에서 '함'은 혼인을 앞두고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예물 상자로, 새로운 관계의 시작과 존중, 그리고 굳건한 약속을 의미한다. 전시의 제목은 지난 30년간 양국이 차곡차곡 쌓아온 신뢰와 우정의 기록들을 하나의 '함'에 담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함께 열어갈 미래를 그려보자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전시장은 총 세 개의 '함'으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을 30년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 첫 번째 '기록의 함: 양국의 발자취'에서는 양국 관계의 시작을 알린 공식 외교 문서와 기록물, 그리고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건넨 존중의 상징인 선물 등 총 17점의 귀한 사료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는 30년 외교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감동을 선사한다.두 번째 '연결의 함: 파피루스와 한지'에서는 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기록 매체인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한국의 한지가 조우한다.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두 위대한 종이의 만남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두 나라가 어떻게 소통하고 연결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마지막 '예(禮)를 담는 함: 한국의 다양한 함'에서는 한국 무형문화재 채상장, 옻칠장, 나전장 장인들의 혼이 담긴 작품들과 현대 공예작가들의 독창적인 함들이 전시된다. 이를 통해 '함'이라는 매개체에 담긴 한국 고유의 예와 정신, 그리고 뛰어난 공예 기술의 아름다움을 이집트 국민들에게 선보인다.기록의 전시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면, 음악의 향연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 9월 12일,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집트 대표 공연장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조수미가 이집트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녀는 아흐메드 엘 사디가 지휘하는 카이로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의 협연을 통해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와 애틋한 한국 가곡, 그리고 이집트 관객들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을 노래하며 30주년의 밤을 황홀하게 수놓을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0월에는 현대미술 축제인 '카이로 인터내셔널 아트 디스트릭트'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여 K-아트의 진수를 선보이며 문화 교류의 지평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윤양수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의 말처럼, 이번 기념행사는 양국의 지난 30년 우정을 되새기는 것을 넘어, 앞으로 더욱 깊고 넓어질 문화 협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 충주가 숨겨온 진짜 역사, '연기' 속에 피어난 황금빛 눈물의 기록 대공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때 충주 시민들의 삶과 도시의 명운을 짊어졌던 '황금빛 잎사귀'가 있었다. 바로 담배의 원료가 되는 '황색종 잎담배(엽연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충주의 엽연초 산업, 그리고 그 연기 위에 위태롭게 삶을 지어 올렸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치열했던 이야기가 봉인 해제된다.충북 충주박물관은 오는 9월 1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충주의 심장부와도 같았던 엽연초 산업의 모든 것을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 '연기 위에 지어진 삶, 충주 엽연초 이야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의 '2025 K-Musems 공동기획전' 사업의 일환으로, 단순한 특산물 소개를 넘어 충주의 정체성과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핵심 산업의 흥망성쇠를 입체적으로 복원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전시의 제목 '연기 위에 지어진 삶'은 중의적이다. 이는 담배 '연기'를 의미함과 동시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시절,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였던 꿈을 현실로 일궈낸 민초들의 위태롭고도 강인했던 삶을 상징한다.전시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펼쳐진다. **1부 '푸른 잎에 금빛 꿈이 물들면'**에서는 농부들의 땀과 눈물로 가득했던 엽연초 재배의 현장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푸른 담뱃잎을 한 장 한 장 정성껏 따고, 건조실에서 노심초사하며 황금빛으로 물들기를 기다렸던 농부들. 그들에게 담배 농사는 고된 노동을 넘어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무너진 집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금빛 희망' 그 자체였다.**2부 '한 모금의 연기가 되어'**는 수확된 잎담배가 가공을 거쳐 한 개비의 담배로 탄생하고, 마침내 한 모금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이는 충주 지역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산업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엽연초 산업의 호황은 충주에 부와 활기를 가져다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저물어갈 산업의 운명이 예고되고 있었다.마지막 **에필로그 '기억의 방'**은 이 모든 역사를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건강의 적으로 취급받는 담배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생계였고, 한 도시의 번영을 이끈 동력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 묵묵히 담뱃잎을 나르던 노동자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이 수많은 이들의 땀방울 위에 세워졌음을 먹먹하게 상기시킨다.박흥수 충주박물관장은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충주의 담배 산업을 기억하고, 이를 통해 충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는 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 전시가 아니다.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이 녹아있는 '살아있는 역사'이며, 충주라는 도시의 진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